민수 형! 오랜만입니다. <신의>라는 드라마에 특별출연하셨더군요. 다발성 골수종을 앓는 중년의 가장 역으로 나왔던 <해피엔딩>도 잘 봤습니다. 가끔 ‘런닝맨’ 같은 예능 프로에 나와서도 곧잘 웃기시더군요. 하하하.
<태양의 남쪽>을 찍은 게 벌써 10년 전입니다. 참 세월 빠르네요. 형은 착한 주인공 성재 역이었고 나는 나쁜 주인공 용태 역이었지요. 성재의 친구인 용태가 성재를 모함에 빠뜨려 감옥에 보내고 그의 연인인 민주(유선)를 빼앗잖아요. 참, 나는 정말 못된 놈이었네요.
그 당시 캐스팅 에피소드 하나 공개할까요? 제작진이 나에게 그러더군요. “용태 역으로 당신이 3순위였다. 그런데 1·2순위의 남자 배우들이 ‘상대역이 최민수’라고 하자 다 꼬리를 내렸다”고. 그래서 꼬리 내릴 줄 모르는 나를 캐스팅한 거지요. 사실 나는 민수 형과 호흡을 맞출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작 발표회 때도 “최민수 선배에게 한 수 배우려고 쾌히 응했다”고 했지요.
그리고…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드라마상에 검도신이 몇 번 나왔죠. 형은 일단 나를 검도장으로 끌고 가더니 “촬영 기간 내내 무조건 배워!”라고 했지요. 나는 검도 수련과 촬영을 겸비하느라 혼이 났고요. 촬영하며 동선 하나, 조명 하나, 대사 하나에 왜 그렇게 집착하는 겁니까? 그 완벽주의! 거기에 발맞춰야 하는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슈? 시시때때로 지도해주시는 최민수표 연기 수업은 또 어떻고요? 아니 그럼 차라리 연기학원을 하시지 왜 현장에서 자꾸 교정해주시냐고요.
네, 저 지금 떨고 있습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최민수에게 이 정도 대드는 배우는 저밖에 없을걸요? 이거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정신의 붕괴가 오네요. 다행히 형에 대한 고마운 기억이 있습니다. 촬영 중 자동차 한 대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저에게 달려들었을 때, 형이 몸을 날려 구해줬지요. 스포츠 신문에도 기사가 났고요. 촬영 내내 나는 형에게 엄청 까불었는데 형은 그걸 다 받아줬지요. 쫑파티 때 나는 형의 귀에 대고 “그렇게 까불지 않으면 친구 역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형은 다 알고 있었다는 듯 미소를 지었지요. 언젠가 시골의 밥집에 갔을 때, “비빔밥은 그렇게 비비는 거 아니다”라며 내 저녁 식사를 손수 비벼주셨죠.
촬영이 끝날 무렵 나는 알게 됐습니다. 진정한 카리스마는 허세와 만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마음과 따뜻한 배려에서 나온다는 걸. 대한민국 카리스마의 상징, 당신과 공연해서 행복했습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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