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씨! 요즘 드라마 잘 보고 있어. 사실 나보다는 우리 아내가 더 잘 보고 있지만. 아내는 이 드라마의 마니아로서 팬클럽까지 만들었는데, 그 이름이 ‘겉으로는 현모양처, 속으로는 자유부인’이라나. 아내는 드라마 주인공 두 사람이 서로 정신적인 사랑을 할 뿐이라며 옹호하는 중이지. “키스만 했을 뿐”이라며… 아하!
김희애씨가 맡은 윤서래 역할은… 와우! 완전 몰입하게 하더라고. 그런데 난 윤서래에게 할 말이 많아. 첫째, 왜 자기 주제를 모르고 그런 남자랑 결혼했느냐고. 자기네가 가진 게 뭐가 있어? 가난한 집에다 친정 엄마는 치매! 신랑 집은 좀 있잖아. 이 사회가 자본주의사회란 거 몰랐어? 있는 사람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고. “돈도 없는 것들이….”
그러니까 서래는 상진(장현성)과 결혼한 순간부터 막장이 시작된 거라고. 상진의 명대사는 그들 부모의 개념도 드러내주더라고. “이 세상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어. 갑과 을. 난 우리 아들이 갑이면 좋겠거든!”
오~ 명쾌해! 서울 대치동 명가의 자손답지 않아? 돈과 명예, 지위 높은 갑들끼리 만나서 대대손손 갑으로 살겠다는데 뭐가 잘못이야? 지지리 궁상 떨며 을로 사는 게 좋겠느냐고? 그러면서 뭘 바꿔야 한다느니, 못 살겠으니 갈아보겠다느니, 99%라느니 요런 대사 읊조리며 바람 부는 거리에서 투쟁하며 사는 게 좋겠느냐고? 난 우리 아들도 갑이면 좋겠어. 내가 을로 살아보니까 그게 참… 안 좋아. 흐흐흑.
아, 알아요, 알아. 당신이 아들 친구 아빠인 태오(이성재)를 절대 무슨 바람 피울 의도 따위를 갖고 만난 게 아니라는 걸. 태오를 만나 순수한 사랑을 가슴 깊이 느꼈다는 걸. 당신과 그 남자 사이에는 아무런 불미스런 일도 없었다는 것을(단지 키스만 했을 뿐). 그러나 당신은 대치동 갑돌이·갑순이들의 네트워크를 너무 우습게 본 거야. 게다가 당신 남편 상진은 기자라고! 기자들이 얼마나 끈질기게 사건을 추적하는지 알아? 지난주에 보니, 태오 동생네 집에 서래가 누워 있고 상진은 경찰 2명을 데리고 쓱 나타나더구먼. 아휴 살 떨려. 당신은 딱 걸린 거야.
윤서래가 요즘 주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지? 난 불만이야. 21세기 첨단사회에서 웬 의 로라냐고. 그러나 여전히 로라는 넘쳐나고 착취는 진행 중이니, 난 남편 된 사람으로서 찜찜하면서도 당신을 지지한다네. 제발 당신이 원하는 사랑을 찾아가기를. 당신을 혼수 적게 해온 신부, 아이 사교육 제대로 못 시키는 아내, 아들 속 썩이는 불륜 며느리로만 보는 갑들의 집을 떠나 온전히 인간으로 대해주는 을들의 세상 속에서 행복하기를.
배우겸 작가·인디라이터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일본 미야자키현 규모 6.9 지진…난카이 대지진 관련성 조사
법조계 “경호처 지휘부, 윤석열 영장 막다 부상자 나오면 최고 35년”
“윤석열이 칼이라도 들라고…” 경호처 수뇌부, 제보자 색출 혈안
”윤석열 체포 협조하면 선처”…경호처 설득 나선 공수처·경찰
소방청장 “이상민, 계엄 때 한겨레 단전·단수 지시” [영상]
“꺾는 노래는 내 것” 나훈아, 좌우로 너무 꺾어버린 고별 무대
언제까지 들어줄 것인가 [그림판]
“경호처분들 시늉만 하거나, 거부하세요”...가로막힌 법학교수의 외침
[단독] 국힘 의총서 “계엄 자체로 위법인지…” “오죽하면 그랬겠나”
“노조 활동하며 이런 경험 처음”…내란에 분노한 시민들이 힘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