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아, 고은아, 내 사랑 고은아.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왜 너는 날 사랑하지 않니? 아니아니, 내 시 말고 내 말을 들어주렴. 고은아 그래, 그렇지. 너도 날… 아, 그렇구나. 너는 예쁘다. 그렇지만 커피잔을 들고 있는 태희 언니처럼 예쁠 필요는 없어. 너는 존재만으로 빛나기 때문이지. 너는 거기 있는 것만으로 풍요롭기 때문이지. 너는 네가 소유한 시간의 부재만으로도 찬란하기 때문이지. 네가 얼마나 충분한지 너는 아니?
주체의 가치에 대한 주체의 소외, 주체의 존재를 더 소중하게 하는 주체의 무지. 때로는 무지가 최상의 유식이지. 때로는 소외가 극한의 합일이지. 때로는 맹목이 최고의 현명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그냥 적요(寂寥)하자꾸나.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치고 아름다운 거 못 봤으니까.
고은아, 고은아. 내 사람 고은아. 부디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사랑해다오. 내 시를 사랑한다면 내 주름도 사랑해다오. 내 전두엽을 사랑한다면 내 대퇴부도 사랑해다오. 내 꽃봉오리를 사랑한다면 내 뿌리도 사랑해다오. 내 몸이 내 맘 같지 않을 때조차 내 몸과 맘을 차별하지 않기를. 내 중심을 깨뜨리는 것은 네가 아니라 오직 나인 것을.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인 것을. 혹은 서가 놈?
고은아, 고은아. 내 영혼 고은아. 70년을 살며 수많은 사랑을 만났고 수많은 고백을 했다만, 나는 이제 너에게 무릎 꿇는다. 너는 또 살아갈 것이고, 오늘 이 순간의 상처도 웃어넘기겠지? 너의 그 치기! 나는 저주한다. 너는 또 살아갈 것이고, 오늘 이 순간의 고통도 모른 척하겠지? 너의 그 단순! 나는 두렵다. 너는 또 살아갈 것이고, 오늘 이 순간의 죽음도 외면해버리겠지? 너의 그 광기! 나는 부럽다.
고은아, 고은아. 젊은 배우가 늙은이 역은 할 수 있어도, 늙은 배우가 젊은이 역할은 못한다. 제발 저 경박하게 떠드는 평자들에게 말하렴. “셧업!”(Shut up!) 그들은 배우들이 왜 늘 머리를 기르고 다니는지 모른다. 자르기는 쉬워도 기르기는 어려운 법. 그들은 ‘퇴행성’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모른다. 쇠하기는 당연해도 다시 성할 수는 없는 법. 그들은 왜 서지우가 그토록 처참한 끝을 보아야 했는지 모른다. 젠장! 나 같으면 그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야, 이 자식아! 너는 젊잖아! 젊다는 건… 젊다는 건… 미지(未知)야. 그 미지를 네가 진정으로 사랑할 때, 네가 빛난단 말이다!”
서가 놈이 조금 흔들리는 것 같다. 그 흔들리는 모습 사이에… 자기애를 극한까지 몰고 간 노 시인이 보이는구나. 그러니 고은아, 고은아. 이제 가면도 분장도 해일도 잊고 우리 가자꾸나.
명로진 배우 겸 작가, 다방면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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