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김수현. 문화방송 제공
수현 사마! 요즘 소인이 청탁 때문에 난리가 났소. 조금이라도 안면이 있는 친지들은 어떻게든 수현 사마의 어서(御書) 한 장 받아오라 보채오. 각종 졸속 매체들이 판치는 요즘 그대가 나온 (이하 )의 시청률이 예쁘오. 나는 시청률보다는 횡행하는 스포일러에 더 신경이 쓰이오. 내게만 살짝 알려주시오. 양명이 정말 반란하는 것이오? 연우는 누구에게 가는 것이오? 아 참, 그나저나 문화방송 사장님은 계속 을 품팔이하려 하신다오?
죄송하오. 낮과 밤으로 정사(政事)와 정사(情事)에 시달릴 그대에게 이런 누추한 질문을 해서. 그래도 이건 물어야겠소. 혹 헌누리당이나 통속밀주당 같은 곳에서 콜은 없었소? 특히나 인물난을 겪는 모 당에서는 아마도 그대를 영입하려 할 것이오. 현재 정희대왕마마의 후계이신 근혜공주뿐이니…. 그러나 모계의 힘이 센 선조 대왕들이 모두 무후(無後)의 불임이었다는 사실을 명심하시오. 문정왕대비 슬하의 인종대왕이 그랬고 명종대왕이 그랬잖소.
좋겠소, 그대는. 밀려드는 CF에, 출연 요청에, 사인 공세까지…. 연기를 해본 지 하도 오래되어 이제는 사인이 빗나가기 일쑤인 나는 레드카펫에서 당당할 그대가 부럽소.
나는 왠지 월이의 쌍꺼풀보다 그대의 외까풀이 더 좋고, 훤칠한 양명보다 안쓰러운 그대가 더 당기오. 도대체 다이어트는 어떻게 하는 것이오? 제발 삼겹살도 드시고 삼계탕도 드시고 홍삼 섞은 웅담과 수삼 더한 녹용 등도 드시어 옥체 보중하시오.
주인공은 꼭 미남이 아니어도 좋소. 내시의 엄살에 “내 뜨거운 가슴으로 네 손을 녹여주마” 하고 익살을 부리는 그대라면. 사랑하는 여인 때문에 용상의 지위에 아랑곳 않고 눈물 뚝뚝 흘리는 그대라면. 말하려는 듯 감추려는 듯 뭔가 간직하고 있는 그대라면.
아아, 나도 이리 그대를 앓고 있으니 시중의 갑녀을부들은 어쩌겠소. 연기력 따위를 평가하는 것은 난센스요. 그대는 이미 해를 품었고, 시청률 40%는 모든 허물을 덮고도 남소.
그런데 말이오. 소년등과 부득호사(少年登科 不得好事), 즉 소포모어 징크스라고 들어는 봤소? 어린 나이에 유명해지면 좋지 않다는 거요. 프로야구 1년차에 잘나가면 2년차에 죽쑨다는 말이오. 이제 겨우 만 스물넷의 그대는 너무 큰 성공을 거두었소. 그게 그대 앞날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소.
그러니 겸손을 전략으로 삼고 신중을 철칙으로 알고 절제를 신조로 여길 일이오. 뭐요? 벌써 부수입으로 수천금을 득하였다고? 된장. 그렇다면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는 이때, 그대는 맘껏 건방져도 좋소. 달에 가려지기 전까지.
명로진 배우면서 작가·다방면 대중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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