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수씨! 정말 오랜만이우. 내 데뷔작이던 드라마 <도깨비가 간다> 촬영장에서 처음 당신을 봤을 때, 나는 깜짝 놀랐지. 첫째, 전지현씨가 며칠 전에 말했듯이 글래머라서. 둘째, 육체뿐 아니라 연기도 글래머라서. 우리끼리 시시덕거리다가 감독이 “큐!” 사인을 하자 혜수씨는 눈물을 뚝뚝 흘리곤 했어.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묻자 “배우잖아요”라고 답했지. 그러고 보니 배우의 ‘배’(俳)자는 ‘사람 인’자 옆에 ‘아닐 비’자가 붙어 있네. 윤문식 선생의 해석에 의하면 ‘배우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거지. 그럼 뭐냐고? ‘때로 신이고 때로 동물’이라나.
그때 혜수씨의 인상은 깔끔하고 소탈했지. 톱스타라고 재지도 않았고, 여배우라고 몸을 사리지도 않았어. 버벅거리는 초짜인 날 비웃지도 않았고, 촬영장에서 홀로 고고한 척하지도 않았지. 당시 스태프들은 혜수씨의 연기뿐 아니라 인간성에 대해서도 “Two Thumbs Up!”(최고)을 외쳤어.
창고 신을 찍을 때가 생각나네. 내가 혜수씨를 무지막지하게 끌고 가다 밀가루 포대 위에 내팽개치고 폭행하는 장면이었지. 카메라 워크와 조명, 나의 동선이 맞지 않아 열 몇 번을 반복해서 찍었어. 새벽이 가까워지면서 혜수씨는 거의 탈진 직전이었는데, 나는 무조건 우악스럽게 그대를 다루었지. 초보였으니까. 연기로 밀지 않고 힘들여 근육으로 그대를 밀어붙였던 거야. 그럼에도 혜수씨는 나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았지. 그때만 생각하면 고맙고 또 미안하네.
혜수씨가 최근작 <도둑들>에서 보여준 팹시 역할은 정말 무더운 여름의 콜라 한 잔처럼 톡 쏘는 캐릭터였어. 오만한 듯하면서도 허점이 있고, 빈틈이 없으면서도 멜로 속에 푹 파묻힐 줄 아는 그대는 진정한 베테랑! 김윤석씨와 호흡도 좋고, 섬세한 내면 연기도 탁월했어.
사실 나는 아직도 연기가 뭔지 몰라. 19년 동안 30여 편의 작품을 했고, 한 방송사 조연연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는데 나는 연기가 뭐라고 말할 수가 없어. 수많은 상을 휩쓸고 5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은 당신은, 연기 경력 27년차인 당신은 말해줄 수 있겠지. 연기가 무엇인지.
나에게 문자 좀 보내줘. 도대체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몰입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 인물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린 여자 후배들에게도 말해줘. 여배우에게 인물은 기본이고, 연기도 기본이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는 기본 중 기본이라고. 셰익스피어는 그걸 인간성이라 했다지? 세상에는 인간성 자체가 프로의 자질에 포함되는 스펙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을까? 시간 되면 그들에게도 문자 좀 보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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