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씨! 나는 사실 남주씨에 대해 그리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어요. 연기에 전념하기보다는 적당히 CF나 찍으며 살아가려는 배우라고 생각했지요. 그게 부당한 선입견이라는 걸 영화 를 보고 알게 됐지요. 당신은 연기파였어요. 여세를 몰아 에서 확실한 드라마퀸으로 자리잡더니 결국 에서 차윤희 역을 맡아 훈남 신랑과 원수 시댁을 함께 얻었더군요.
차윤희란 인물을 봅시다. ‘결혼은 하되 시집살이는 하지 않는다’는 신념 하나로 살아온 여자, 능력 있는 고아가 이상형인 여자, 의지와 재능 모두 빠지지 않는 그녀가 입양아 출신 의사 방귀남과 결혼하지요. 동시에 등장한 시댁 식구들, 이른바 ‘시월드’! 시부모와 시할머니, 시이모가 둘, 작은 시부모, 시누이가 셋, 시고모는 옵션. 아니, 이럴 거라면 입양은 왜 보냈으며, 결혼은 왜 했을까요?
방귀남이라는 국민 남편의 사랑과 배려가 아니었으면 이 결혼은 무효인 거죠. 이상하게도 내 주변의 시월드는 모두 몰상식과 몰이해로 무장한 나라들이지요. 며느리에게 편지를 보내 “정녕 네가 나와 우리 아들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구나” 하는 시어머니가 있다네요. “시집올 때 보잘것없이 와서 마음에 걸렸는데 그 뒤로도 보잘것없다”며 명절 때마다 혼수를 따지는 시아버지가 있답니다. 부부 싸움을 하면 어느새 알고 달려와 윽박지르는 남편의 누나들이 있고요, 명품 백의 강제 탈취 정도는 애교고 새언니의 신용카드로 자신의 소비 욕구가 어디까지 갈까 시험해보는 것이 취미인 시누이들, 진짜로 있답니다.
사랑이 위대한 것은 이 모든 불합리를 뚫고 기어코 아이까지 갖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사랑이 미친 것은 이 모든 부당함을 넘고 기어코 아이까지 낳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사랑이 어리석은 것은 이 모든 불편함을 달고 기어코 살아가게 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당신이 밝혔듯이, 우리네 남편들은 방귀남 따라가려면 멀었지요. 테이블을 세팅하고 안주도 만들고 와인을 따라 아내에게 건네는 남자. 낙천적이고 다정다감하고 이해심 많은 남자. 돈도 잘 벌고 잘생긴 남자. 게다가 식스팩까지 보유한 남자! 그의 이름은 원래 방귀남…이었으나 또 원래는 테리 강이었지요. 아아 테리, 왜 그는 우리를 이렇게 피곤하게 하는 걸까요? 와인을 마시며 “치즈 조금 더 가져와요” 하면 아내는 벌써 눈꼬리를 올립니다.
“방귀남 좀 보라고요!”
이런 된장! 나는 돈도 못 벌고 이해심도 제로고 무엇보다 식스팩도 없다고요. 김남주씨! 당신이 에 출연함으로써 우리나라 며느리들의 시월드 전략이 변혁의 기로에 서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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