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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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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왜 그런 만용을 부리나

택시강도 때려잡은 배정남
등록 2012-08-25 16:26 수정 2020-05-03 04:26
한겨레 자료

한겨레 자료

이보게 정남이! 인터넷이 자네 때문에 난리가 났더군. 배우 배정남으로 검색하면 ‘택시강도’가 연관검색어로 뜨던데, 새 영화 제목인가? 아니 뭐, 맨손으로 택시강도를 잡았다고? 지난 7월31일 새벽 2시, 영화 을 촬영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영등포에서 “강도야!” 하고 소리치는 택시기사를 봤고 매니저와 함께 200여m를 쫓아가 강도를 잡았다고? 그 때문에 엄지손가락을 삐었지만 다음날 영화 촬영을 강행했다지? ‘용감한 시민상’을 탈 거 같으냐는 물음에는 “나보다 용감한 사람들 많다”고 웃었다며? 드디어 며칠 전에는 영등포경찰서에서 감사장을 받았다고 언론에서 다시 한번 일제히 자네 소식을 전하더구만.

내가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인데, 자네 정말 왜 그러나? 자네 몸은 자네 몸이 아니야. 부모가 있고 형제가 있는데 왜 만용을 부리느냐 말이야. 더구나 자네는 소속사도 있지 않아? 팬들에게도 소속돼 있고, 미니홈피를 찾는 수많은 동생들 마음에도 소속돼 있다네.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용기란 것은 무용지물이라네. 강도 잡는 것은 경찰에게 맡겨야 하네. 빨리 112에 신고를 하면 그만이지 왜 강도를 쫓아가기까지 했나 그래. 참으로 미련한 친구일세. 그 강도는 흉기로 택시기사를 위협했다지? 그 흉기로 자네를 위해했으면 어쩔 뻔했나? 자네의 부모 심정을 생각해보게. 나도 아들이 있네만, 나는 그 녀석이 강도를 쫓아가서 잡는다든지 이런 짓을 했으면, 돌아오는 즉시 회초리를 들겠네. 왜냐고?

“야, 이놈아! 내가 널 이날 이때까지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어디서 강도를 쫓고 난리야! 내가 너한테 들인 정성이 얼마며, 돈이 얼마인 줄 알아?”

솔직한 내 심정일세. 요즘 올림픽이 한창이지 않나. 박태환 아버님이 나와서 인터뷰하는 걸 보니 참 부럽더구먼.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거야 무상의 행위지만서도 이렇게 알아서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어오고 그러면 부모는 솔직히 더 좋지, 뭐.

자네를 보게. 아직 톱스타도 아니지 않나? 돈은 많이 벌어놨는가? 아니라고? 거봐, 그러니까 돈도 더 벌고 유명해지고 부모님께 효도할 생각을 하라고. 공공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스파이더맨 놀이는 그만하고. 더구나 자네는 공인이야. 자네가 혹 다치기라도 하면 영화 촬영에 차질이 생긴다고. 자네 하나 때문에 수많은 스태프와 연기자들이 기다려야 하고, 늘어나는 제작 기간과 제작비 때문에 영화사와 투자자 엉아들이 얼굴 찌푸리게 된다고. 그럼 자네는 기피 배우가 될 수도 있어. 그러니 조심조심 또 조심, 엉아 맘 알지? 잠깐, 전화가 왔네.

“네? 강도 사건이 할리우드에 알려져서 후속편에 정남이가 주연으로 낙찰됐다고요?”

이런, 오늘 밤 나는 우범지대로 출동하네. 말리지 말게.

배우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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