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원씨! 1990년대 말, 서울 여의도의 한 방송사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적 있었죠? 그때 시원씨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어휴, 고생 많으셨죠? ”
“네?”
“그래도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는데….”
그때 문이 열리고 시원씨는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급히 떠났어요. 저는 무슨 말인가 고민하다 며칠 전 감우성씨가 군에서 제대했다는 걸 떠올렸죠. 시원씨는 저를 감우성씨로 착각했던 거예요. 감사합니다, 시원씨. 죄송합니다, 우성씨.
몇 년 뒤, 한 방송사의 음식 맛보기 프로그램에서 사회를 보는 시원씨를 또 보게 되었죠. 그때 일본 팬들이 시원씨 방송을 보려고 스튜디오를 방문했고, 저는 꽤 충격을 받았어요. 한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데, 시원씨는 한류의 시원(始原)이었던 겁니다.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면 수많은 팬이 운집한다죠? 가수로 그렇게 인기 있다면서요? (왜 우리는 보석 같은 시원씨를 몰라봤을까요? 가끔 국내에서도 콘서트를 열어주세요.) 거기다 카레이서까지 겸하고 있다니,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한 걸 보면 보통 실력은 아닌 것 같네요. 부럽습니다. 가장 부러운 건 서울 강남에 있다는 100억원대 빌딩! 당신은 도대체 못하는 게 뭡니까? 노래, 연기, 재테크, 인격 수양, 팬 관리….
그런 시원씨였기에 결혼위기설을 접하고 꽤 놀랐습니다. 미남에 훈남에 예의남인 시원씨가 어쩌다 그런 일을? 모자란 것 없어 보이는 부부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2년 전 결혼설이 불거져나왔을 때, 매스컴을 제치고 팬들을 먼저 만나 당당히 결혼 계획을 밝히는 시원씨를 보고 신선하다 생각했습니다. 역시 팬들에 대한 배려와 신뢰가 극진하다는 느낌이었죠. 이번에는 그럴 생각 없나요?
부부 사이의 일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기도 어렵고, 개인사에 대한 것이니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습니다. 지난해 여름, 시원씨는 미니홈피에 이런 말을 남겼죠. “내 마음속에 와보지 않고 나에 대해 평가하지 말기를….” 백번 옳은 말입니다. 우리 모두는 바라고 있습니다. 상대가 내 마음속에 와보지 않고 나에 대해 평가하지 않기를. 그러나 우리 모두는 또 바라고 있습니다. 누군가 한 사람은, 그 누구에게도 허용하지 않는 내 마음속에 들어와 나에 대해 말하고, 나를 위로하고, 나를 사랑해주기를. 그 한 사람이 필요해서 우린 결혼하는 것이지요.
시원씨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응원하겠습니다. 팬으로서, 동료로서. 그 결정이 시원씨를 행복하게 하기를 바랍니다.
명로진 배우 겸 작가, 다방면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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