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은 7월2일에 시작됐다. 이제 와서 보니 그건 똥이 아니라 설사였지만, 아무튼 그때는 설사인 줄 몰랐다. 3~4일에 한 번씩 똥을 싸는 곤란이가 그날은 하루에 6번이나 똥폭탄을 날리기에 ‘아, 이런 날도 있구나’ 하며 재밌어했다. 모유만 먹는 아기는 하루에 15번 똥을 쌀 수도 있다 하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다음날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F4(한겨레 출산 동지 모임, 지난호 참조)의 출산 뒤 2차 회동이 있는 날이었다. 그것도 우리 집에서! 아침부터 F4와 함께 먹을 과일을 준비하고 집을 치우느라 곤란이가 계속 똥 때문에 곤란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기저귀를 갈아주며 “왜 자꾸 똥을 싸니, 속이 안 좋니?”라고 물을 뿐이었다.
4명의 엄마와 아기들이 모여 왁자지껄 몇 시간을 보냈다. 출산 이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수다를 떨어온 우리는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남편 흉부터 팔목 통증, 이유식 고민까지 수다가 착착 감겼다. 그사이 아기들은 곤란이의 장남감을 물고 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은 아무래도 곤란이의 똥이 걱정돼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갑자기 똥 횟수가 그리 늘었다면 장염이라며, 그래도 아기가 처지지 않고 열도 안 나고 토도 안 하니 지사제를 먹이며 지켜보자고 했다. 병원을 나와 그길로 혼자 아기를 돌보느라 지쳐 있는 여동생의 집을 방문했다가 집에 돌아왔다.
이틀이 흘렀다. 하루에 10번도 넘게 설사를 해대는 곤란이가 걱정돼서 어쩔 줄 모르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다. “저… 다른 아기들도 혹시 설사하나요? 우리 아기가 막 설사를 하네요.” F4 멤버 중 한 명의 카톡 메시지. 이어 다른 멤버들 모두 “우리 애도…” “어머, 우리 애도…”라는 메시지를 날렸다. 아아, 이게 어찌된 일이지?
불길한 예감은 어김없이 들어맞는다. 여동생의 아기도 설사를 하기 시작했단다! 다음날 떨면서 의사에게 물었다. “우리 아기랑 만난 아기들이 설사를 한다는데… 혹시 이게 옮을 수도 있나요?” 의사는 시크한 표정으로 짧게 답했다. “바이러스성 장염이니 그럴 수 있죠.” 헉!
내 새끼 아픈 것도 너무나 걱정되는데 F4 아기들도 설사를 해대고 여동생의 아기도 설사를 하니 죄책감까지 어마어마했다. 괜스레 내가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만나고 다녀서 우리 불쌍한 아기를 전염병자로 만들었다는 생각까지 덮쳐와 미안함에 아기 눈을 똑바로 보기도 힘들었다.
하는 수 있나, 나는 극도로 오버하며 곤란이의 경과를 부지런히 F4와 여동생에게 알렸다. “오늘은 곤란이 똥 횟수가 5번으로 줄었네요. 이제 끝이 보입니다. 다들 힘냅시다!” “오늘은 곤란이가 아침 설사를 안 했네요. 이제 곧 다른 아기들도 나을 거예요!” “곤란이가 20일 만에 드디어 지사제를 끊었습니다. 다들 고생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아기가 아파서 힘들고, 다른 아기들까지 아파져서 죄책감에 더 힘들고, 혹시나 그들이 곤란이 탓을 할까 눈치 보여 힘들고, 그런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해 곤란이에게 미안한, 힘든 시간이었다. 교빈아, 시헌아, 채윤아, 하민아, 다은아 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
임지선 한겨레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