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앙드레 모루아는 이렇게 말했다. “행복한 결혼에는 애정 위에 아름다운 우정이 접목되기 마련이다. 그 우정은 마음과 육체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한층 견고한 것이다.” 그리스 남자 마리오 바르보글리스와 한국 여자 소피 민정 김은 이상적인 부부의 ‘관계맺음’을 잘 실천하고 있는 행복한 한 쌍이다. 그들이 말하는 성공적인 결혼생활의 비결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고 그 시작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다.
마리오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그리스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대학 때 뉴욕으로 돌아가 심리학 박사가 되었다. 지금은 프랑스 파리에서 창의력 컨설팅회사와 초심리학 연구기관을 운영한다. 민정은 서울이 고향인데 네 살 때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파리에 왔다. 초등학교는 카메룬, 중학교는 서울, 고등학교는 다시 프랑스에서 다녔다. 시앙스포(Science Po·프랑스 최고 정치인들을 배출한 그랑제콜)를 거쳐 미국 워싱턴 월드뱅크에서 근무했고 경영학석사(MBA) 과정 수료 뒤 마케팅 컨설팅회사를 창립했다. 오대륙을 제집 드나들듯 살던 그들이 만난 것은 어느 워크숍에서였다. 민정과 마리오의 나이 차는 9살. 다른 시대를 다른 나라에서 살았지만 유난히 혈통과 뿌리를 중요시하는 국가의 일원으로 태어나 세계인으로 성장하다 보니 비슷한 점이 많았다. 삶을 바라보는 방식, 모국에 대한 애틋함, 잦은 이동으로 빚어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영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 당시 민정은 물질주의에 염증을 느껴 영적인 세계, 철학, 불교 등에 빠져 있었다. 한편 마리오는 수차례 인도로 명상 여행을 떠났을 정도로 이미 그 분야의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쌓은 상태였다. 풍부한 경험과 넓은 세계관을 지닌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하게 끌렸다. 2년의 동거 기간 동안 ‘이토록 완벽한 내 반쪽이 존재하다니!’라는 놀라움은 확신으로 변했고 민정의 생일날 마리오는 그녀에게 청혼했다.
“그녀가 어떤 여자인가보다 더 중요한 건 내게 맞는 사람인가입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훌륭한 조건을 갖춘 이도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배우자가 될 수 있죠. 그런데 우리처럼 지나온 인생과 가치관이 닮아 있고 비슷한 미래를 향해 걷고 있다면 그것은 기적 같은 만남이 되는 겁니다. ”
함께 돈을 모아 사두었던 파리 근교의 작은 별장으로 가족과 친구들이 모였다. 읍사무소에서 혼인서약서에 서명하고 함께 와인 파티를 했다. 혼수나 예물은 당연히 없었고 호화로운 행사도 없었다. 모두가 새 출발 하는 연인들을 위해 진심으로 축하를 전할 뿐이었다. 2년 뒤 두 사람을 쏙 빼닮은 딸이 태어났다. 한국 이름은 은석, 그리스 이름은 클레아. 민정과 마리오에게 육아는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부담스런 인생의 과제가 아니라 같은 세계관을 지닌 또 한 명의 동반자를 만들어가는 기쁜 과정이다. 부모가 최고의 학력을 지녔지만 클레아는 등수도 성적도 존재하지 않는 대안학교에 다니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진정한 내면의 자신감을 키우는 교육을 받는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들과 학부모가 함께 수업을 하고 숙제에 대한 평가는 아이들 스스로 한다. 치열한 공부보다 강한 자의식과 책임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믿기 때문이다. 경제활동과 가사, 육아, 사교모임, 봉사활동, 자아실현을 위한 고민, 철학적 탐구는 물론 친구들과의 시간도 부부는 공유한다. 가장 든든한 지지자이자 파트너이다 보니 세월이 가도 둘 사이의 로맨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앙드레 모루아가 말했던 ‘견고한 우정을 바탕으로 한 진짜 사랑’이기 때문이다.
결혼적령기를 따져가며 남들과 비슷한 나이에 결혼하지 않으면 혼자만 낙오되는 것처럼 사회가 부추겨댔더라면 과연 그들이 인생길을 차곡차곡 다지며 자기를 파악할 수 있었을까? 그토록 완벽한 반쪽을 60억 인구 중에 찾아내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까? 가족은 우주와 같아서 나와 함께 움직이고 나는 항상 그 안에 있지만 평소엔 볼 수 없는 존재다. 그리고 그 절대적이고 편안한 우주의 기본이 바로 부부일 것이다. 혹시 지금 인생의 동반자를 찾는 중이라면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부터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당신이 원하는 답은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전 한국방송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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