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 의 여옥(채시라).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순간들을 관통하며 살아낸 여자였다. 위안부로 끌려가 죽을 고생을 하고 탈출해, 독립운동하며 죽다 살아난 것도 모자라, 해방 뒤엔 여전히 경찰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던 친일파 탓에 좌파로 몰려 고초까지 겪은 운명이다. 그의 연인 최대치도 그만큼 기구한 인생. 그래도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내더니, 허무하게 쓰러져버린 최대치를 끌어안고 눈밭에서 절규하던 여옥의 모습은 20년이 지났는데도 잊히지 않는다. 김소민 기자
A2 사실 ‘멜로드라마’ 속 그들만의 슬픈 사랑 이야기에 그리 몰입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잊을 수 없는 얼굴이 하나 있다면 의 노영주(유호정)다. 물론 은 서윤희(심은하)의 드라마였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던져 사랑했던 남자에게 배신당한 것은 노영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고 “내 꽃밭 망가졌다고 오빠 꽃밭까지 망가뜨릴 생각 없다”며 짓밟힌 자존심과 허한 마음만 안은 채 떠나주던 노영주는 정말 멋진 여자였다. 가끔, 이후 그녀는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해본다. 역시 쓸쓸해진다. 최지은 기자
A3 분명, 수많은 드라마를 보며 쏟아낸 눈물이 내가 하루에 먹는 물의 양만큼은 될 텐데, 정작 기억에 남는 ‘멜로드라마 여주인공’은 없으니 이게 웬일인가. 의 세경(신세경)은 시트콤이고, 의 억관(조재현)과 의 무혁(소지섭)은 남자고, 에서 준영(송혜교)이 촬영 때문에 지오(현빈)의 고향집에 갔을 때 지오 엄마(나문희)가 둘이 헤어진 줄 모르고 너무 잘해주는 것 때문에 준영이 마음 아파한 건 에피소드, 에서 정은(고현정)이 바닷가에서 처음으로 꺼이꺼이 울던 건 장면…. 굳이 을 모티브로 해보자면, 그 결혼 버전인 의 영애(김희애)를 꼽아본다. 조혜정 기자
A4 의심할 필요 없이 의 은서(송혜교). 출생의 비밀부터 이뤄질 수 없는 사랑, 거기에 불치병까지. 멜로 3대 조건을 두루 갖춘 은서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명대사 “얼마면 돼?”까지 탄생시킨 주인공이니까. 물론 배우 송혜교에게는 10년 동안 넘어야 할 산이자 짐이 은서였지 않을까? 이해리 기자
A5 이불에 눈물 콧물 닦아가며 보던 멜로드라마의 청순한 여주인공들은 금세 잊혀졌지만, 배우 고두심이 가슴에 빨간약을 바르던 장면은 아직까지 나를 울컥하게 한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에서 치매에 걸린 엄마 역을 맡았을 때다. 그러고 보니 노 작가의 에서 폐암 선고를 받은 장용도 나를 울렸다. 노희경 작가의 아버지가 같은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무렵이었다. 내게 진정한 멜로퀸은 인생의 인연과 상실을 변주하던 노희경이란 말인가.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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