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진정성 넘치는 여의사 봉달희, 야망의 외과의 장준혁, 무한긍정 마인드를 가진 이은성…. 부터 까지 의학 드라마는 인간 군상의 여러 유형을 드러냅니다. 당신의 마음을 두드린 의학 드라마 속 의사는 누구입니까?(독자 ‘푸른숲’)
A1 외과의사 봉달희. 솔직히 장준혁 때문에 2007년 거의 폐인이었다. 일본판까지 싹쓸이하고 인터넷에 뜬 김명민(장준혁 역)의 갖가지 정보를 스토킹했다. 솔직한 욕망을 펌프 삼아 세상의 룰에 맞춰 승자가 되려 몸부림쳤던 사나이, 결국 그 욕망에 발목 잡혀버린 비극의 주인공은 그 우주적으로 잘난 스펙을 빼놓는다면 너나 나의 모습을 닮았다. 밟고 올라가려 바둥거렸지만, 결국 뭔가 인생이 텅 비어버린 것 같은 허전한 마음에 배갯잇을 적시게 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그래놓고 왜 봉달희를 뽑았나?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봉달희니까. 사람이건 일이건 ‘좋아해’ ‘하고 싶어’ 훌렁 까놓고 드러내며 그거 하나 잡고 가슴 뛰었던 여자니까. 그런 쿵쾅거림, 마지막이 언제였던가. 김소민 기자
A2 의학 드라마의 주인공 의사들은 십중팔구 국가고시 합격증과 함께 자동으로 사명감과 정의감이라도 부여받은 것처럼 환자를 위해 헌신하지만 대학병원 문턱 몇 번만 넘어보면 알 수 있다. ‘손님, 이건 드라마예요.’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 속 의사는 의 장준혁이다. 장준혁은 환자보다 자신의 출세를 우선하고 의료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후배에게 위증을 강요하는 이기적인 인물이지만, 한발 물러서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사회에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 누구나 그에게서 자신의 얼굴을 보았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지은 기자
A3 의사도 사람이다. 장준혁도 외과의사인 사람이다. 조직 안에는 정치가 있고 대학병원은 의사들이 모인 가장 큰 조직이다. 미처 알지 못했거나 알았더라도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진짜 의사 그리고 의사의 이야기를 보여준 첫 번째 외과의사 장준혁. 의 장준혁은 선망의 대상 혹은 한발 건너에 있을 것 같은 외과의사의 ‘현실’을 보여줬다. 유난히 판타지로 가득 찬 의사의 모습에 익숙했던 시청자에게도 장준혁은 신선한 충격. 물론 장준혁이 곧 외과의사로 통하는 이유 중 가장 결정적인 건 그를 연기한 김명민의 힘이 아닐까. 이해리 기자
A4 장준혁과 이강훈, 김상철. 완벽주의자에다 스스로를 망가뜨리면서까지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한, 그래서 더더욱 심장을 할퀴었던 이들 가운데 꼭 한 사람을 선택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과 이라는 작품을 비교할라쳐도 잘 만든 드라마이자, 의학 드라마이자, 정치 드라마라는 점에서 어느 한쪽이 더 낫다고 나는 말할 수 없다. 드라마가 때론 비루하고 때론 시궁창 같은 현실과 똑같다면 볼 필요가 없겠지만, 현실에 발 딛지 않은 드라마라면 그 또한 무의미할 터. ‘감추고 싶은 나’를 들춰보고, 내 주변의 권력을 되돌아보게 한 그들 모두와 함께 나는 운다. 조혜정 기자
A5 촬영 현장을 취재한 일이 있다. 세트장인 병원 속에서 김명민은 말 한마디 붙이기 어려울 만큼 날이 선 상태였다. 마치 의사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처럼 말이다. 기억이 맞다면 장준혁이 빛났던 것은 병원 밖 정치가 어지러운 덕분이고, 모든 직업이 로망을 잃고 애환만 남은 시절 덕분이었다. 그러나 의사로서 누군가를 찾는다면 복잡다단한 인간적인 심상도 빛나게 하는 최고의 의술이라는 아우라를 지닌 그 능력자를 찾아갈 수밖에.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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