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굵은 빗방울이 이어졌다. 비구름이 지나나 싶으니 다시 후덥지근한 날들이다. 이마에 진득한 땀방울이 송골송골하다. 비로소 여름을 실감한다. 슬며시 그늘을 찾는다. 냉방시설을 벗 삼는다. 외출도 귀찮다. 먼 바다나 계곡만이 그립다. 하지만 휴가만 손꼽으며 방바닥을 헤엄치자니 또 몸이 근질근질하다. 여름 소낙비처럼 변덕스런 마음이라지. 이럴 때는 미술관 나들이가 제격이다. 햇볕을 피해 여유를 찾기에 좋은 장소다. 백남준은 어떨까. 그의 비디오아트는 새로운 영역의 예술이다. 무엇보다 눈의 피서(避暑)를 즐기기에 으뜸이다.
경기 용인시 기흥에는 백남준아트센터(031-201-8500·http://njp.kr)가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2006년에 착공해 2008년 개관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아트센터에 ‘백남준이 오래 머무는 집’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67점의 작품과 2천여 점의 비디오 아카이브를 갖췄다. 백남준 예술세계의 집약이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외관부터 시선을 끈다. 짙은 청색의 유리벽은 시원스런 수평의 전개다. 도로와 접한 쪽으로는 직선의 흐름이고 산과 접한 뒤쪽은 유려한 곡선이다. 주변의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들어선 결과다. 전체적으로는 그랜드피아노를 닮았다. 피아노는 TV와 더불어 백남준 예술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도구였다. 그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에도, 전위예술 집단 플럭서스에 참여한 퍼포먼스 에도 피아노가 등장한다. 아니나 다를까. 제1전시실은 그 자체로 ‘음악의 전시’다. 백남준의 첫 개인전의 모습을 되살렸다. 그는 피아노를 빌려 음악을 전시한다. 방향을 돌려 제4전시실을 향할 때는 ‘달은 가장 오래된 TV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TV가 없는 시대에는 달이 상상력의 보고였다지. 는 실제 그의 작품이다. 제6전시실에는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변화하는 과정을 12개의 모니터에 담은 를 전시한다. <tv>도 놓칠 수 없는 작품. 폐쇄회로를 통해 실시간으로 촬영해 방영한다. 1974년 독일 쾰른 현대미술관에서는 백남준 자신이 가부좌를 틀었으나 지금은 관람객이 곧 TV 안의 부처다. 앞선 제4전시실의 <tv>은 백남준아트센터 안의 피서지(?)다. TV는 전시실을 가득 채운 초록의 식물들 사이에 화려한 꽃처럼 피었다. 제7전시실의 1984년작 또한 백남준의 명작이다. 1984년 1월1일 세계로 위성 중계한 작품이다. 더불어 위성 3부작 (1986), (1988)도 상영한다.
2층의 제10전시실도 꼭 다녀올 일이다. 메모라빌리아는 미국 뉴욕에 있던 백남준의 작업실을 재현했다. 600여 점의 오브제와 300여 점의 지류는 생전의 백남준이다. 어수선한 가운데 질서를 갖는다. 아트센터에서 가장 흥미진진하다. 이 밖에도 다채로운 작업의 흔적과 체험의 공간을 조성했다. 2층 끝에는 카페테리아다. 잠깐 쉬어갈 수 있다. 아트센터 뒤편으로 길이 나 있는데 산책로로 추천한다. 꼭 거닐어보길. 지난 4월에는 문화예술 전문 도서관인 백남준 라이브러리도 문을 열었다. 도슨트의 안내 시간에 맞추는 것도 좋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후 2시와 4시, 주말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1시에 추가로 이뤄진다. 더구나 입장료와 주차비가 무료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는 지앤아트스페이스다. 도예와 관련한 복합예술공간이다. 카페 겸 레스토랑 하이드파크(031-286-8500)도 있는데 파스타와 피자 등을 낸다. 몽인각(031-283-3410)도 주목받는 인근 맛집이다. 한우와 한정식을 한다. 가격은 좀 높은 편이나 평이 좋다. 평일 점심특선 한정식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 웅장하고 고풍스런 한옥도 볼거리다.
용인=박상준 저자</tv></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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