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윽한 철길의 멋 기차가 지나지 않는 철로에는 ‘칙칙폭폭’ 하며 노는 아이들이 있다. 카메라를 메고 한가로운 풍경을 찾는 출사족이다. 기찻길은 그것이 어딘들 아련한 기억 한 자락을 불러낸다. KTX가 서울과 부산을 2시간30분 만에 오가도 굳이 무궁화호에 몸을 싣는 이가 있듯, 팍팍한...2011-10-07 16:30
이른 가을의 꽃놀이이제 가을 냄새가 곳곳에서 피어오른다. 오후의 태양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불고, 한밤의 들숨 사이로 계절의 향이 스민다. 황금빛 들녘이나 선홍빛 단풍은 소원해도 가을은 가을이다. 다만 9월에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계절보다 자연의 변신이 늦다. 아직은 푸른 가을이다. 아쉽...2011-09-23 16:04
늦은 여름밤의 숨겨진 낭만원래는 선유정수장이 있었다. 1978년 들어서 2000년까지 20년 넘게 서울 시민의 상수 공급지였다. 선유도공원은 새롭게 조성한 것이 아니라 이를 재활용했다. 지난 2002년 낡거나 허물어진 기존의 정수 시설에 녹지를 이식했다. 개장 초기에는 정수장 풍경이 두드러졌다...2011-09-02 18:31
연꽃을 닮은 내륙의 섬아침부터 매미는 부지런히 운다. 긴 세월을 숨죽여 짧은 세월을 살아내는 서러움이려나. 그러니 절절한 외침을 타박할 수도 없다. 짧은 세월을 숨죽여 긴 세월을 사는 사람이고 보면야. 도심을 벗어나니 조금은 너그럽다. 한적한 도로변으로 매미 소리가 우렁차다만 시골이라 소음...2011-08-19 17:45
책의 고성에서 여름나기얼마 전 이와이 슌지 감독의 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1990년대 말 대학가에 전설처럼 떠돌았던 해적판 멜로영화다. 극장 정식 개봉 뒤에도 100만 관객을 넘었다지. 자전거 폐달을 밟아 불빛에 시험지를 비춰보는 신이나 설원을 울리던 “오겡키데스카?”라는 외침은 변함...2011-08-02 17:32
한여름밤의 소박한 낭만무더위가 기승이다. 늦은 밤 한강에서 즐기는 차가운 맥주 한잔이 절로 간절하다. 피서는 늘 서울을 벗어나야 제맛이라 여긴다. 하지만 한강도 나쁘지 않다. 한여름밤의 소박한 낭만이다. 조금 더 휴가처럼 즐기는 방법도 있다. 캠핑이다. 한강변에는 서울에서 처음 문을 연 난...2011-07-23 10:53
백남준이 오래 머무는 집연일 굵은 빗방울이 이어졌다. 비구름이 지나나 싶으니 다시 후덥지근한 날들이다. 이마에 진득한 땀방울이 송골송골하다. 비로소 여름을 실감한다. 슬며시 그늘을 찾는다. 냉방시설을 벗 삼는다. 외출도 귀찮다. 먼 바다나 계곡만이 그립다. 하지만 휴가만 손꼽으며 방바닥을 헤...2011-07-09 11:10
해송의 푸름을 인 300년 한옥잠깐 한눈을 팔면 시간은 저만치 저 혼자 흘러간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누군가에게는 반갑고 또 누군가에는 야속한 흐름이려나. 맘을 달뜨게 하는 봄꽃맞이가 어제 같건만 어느새 여름휴가를 손꼽는다. 쉼은 가장 큰 생업의 원동력이다. 눈에 아른거리는 여행의 풍경만으로 힘이...2011-06-24 16:27
시간의 접점 위에 지은 집서울의 몇몇 장소를 좋아한다. 선유도공원이나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보안여관 등이다. 시간의 접점을 가진 재활용 공간이다. 지워내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므로 풍성해진 재생이다. 600년 수도 서울이라 말하지만 늘 그 듬성듬성한 흔적이 안타까웠다. 피맛골이나 황학동 벼...2011-06-10 15:16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먹을거리는 역시 제철이 으뜸이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 여행 역시 제철의 풍경이다. 봄날에는 꽃이다. 그것이 매화든 벚꽃이든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여름 더위를 쫓기에는 그늘진 계곡이나 바다다. 가을은 단풍 든 산이 제격이고 겨울은 눈 내린 설경이다. 지나면 누...2011-05-27 15:05
도심 속 소나무숲의 매혹솔숲에 바람이 인다. 여린 솔잎들이 웅성댄다. 사르르 파르르한다. 떨림인지 속삭임인지. 분간할 재량도 까닭도 없다. 그저 마음에 닿아 차분하고 평온하다. 소의 귀처럼 생긴 봉우리 아래에 있다는 우이(牛耳)동이다. 그 터 한 자락을 차지한 솔밭이다. 정확한 명칭은 우이동...2011-05-13 11:38
차창에 깃든 오색의 인왕산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7022번이나 7212번 또는 1020번 지선버스를 탄다. 왼쪽 창가에 앉는다. 또는 선다. 중요한 건 왼쪽이다. 버스는 부암동을 향한다. 산 너머 청와대 뒷동네다. 경복고등학교를 지나 좌(左) 인왕산에 우(右) 북악산을 가른다. 그때부...2011-04-29 18:41
봄날의 하늘 연꽃 버스를 타고 지나다 혼잣말처럼 “봄인데…”를 연발한다. 은행나무 가로수에 새순이 힘겹게 싹을 틔우고 있다. 괜스레 맘이 급하다. 저 녀석이 눈을 떠야 맘껏 봄노래를 부를 텐데. 고작 한다는 응원이 계절의 고지다. 무슨 입영통지서도 아니고. 제 몫만 앞세우는 사람의 욕...2011-04-15 14:17
이길 수 없는 봄날의 고혹꽃샘추위는 꽃에 대한 시샘이었나. 쉽사리 떠날 것 같지 않은 겨울이 마침내 자취를 감췄다. 어느새 가지마다 새순이다. 조심스러운 꽃망울이다. 봄이 간지럼을 태우니 발가락이 절로 꼼지락댄다. 괜스레 주말 날씨와 개화 시기만 살핀다. 꽃은 나무가 피우는 것이련만…. 봄은 ...2011-04-01 1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