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숲에 바람이 인다. 여린 솔잎들이 웅성댄다. 사르르 파르르한다. 떨림인지 속삭임인지. 분간할 재량도 까닭도 없다. 그저 마음에 닿아 차분하고 평온하다. 소의 귀처럼 생긴 봉우리 아래에 있다는 우이(牛耳)동이다. 그 터 한 자락을 차지한 솔밭이다. 정확한 명칭은 우이동 솔밭근린공원이다. 소나무의 숲은 늘 시골 마을이라 여겼다. 5월에는 아이들의 봄 소풍이 잦았다지. 그 아련한 설렘을 서울의 도심에서 만날 줄이야. 더구나 도로변이다. 인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4차선의 삼양로다. 연방 차들의 가쁜 행렬이다. 스쳐 지난다. 무심하다지. 눈앞의 기꺼운 푸름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저 창밖의 스침이다. 그 또한 마음의 여유겠지. 말은 쉬워도 가지기는 어렵다.
공원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선다. 소나무에 앞서 먼 산이다. 솔밭공원 너머 삼각산의 능선이다. 소의 귀 모양을 찾는다. 공원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넓다. 무려 1만5천 평이다. 소나무의 수도 생각보다 많다. 1천여 그루다. 그 가운데는 100살이 넘은 고목도 부지기수다. 담담히 푸른 그늘을 드린다. 은은한 솔 향이 코끝에 밴다. 절로 큰 심호흡이다. 들숨과 날숨이 재빨리 들고 난다. 몸 안에 상쾌한 기운이 찬다. 작은 실개천도 흐른다. 솔밭의 서쪽 둘레다. 풍류의 한 자락처럼 바위의 틈새를 굽이친다. 물길은 3곳의 생태연못을 지나 200m 가까이 이어진다. 연못에는 작은 분수도 솟는다. 앙증맞다. 초입에는 돌들을 차곡차곡 쌓아 아담한 폭포를 만들었다. 창포나 옥잠화 등의 수생식물도 자란다.
생태연못을 지나서는 솔그늘길을 따른다. 솔그늘쉼터로 잇고 다시 반대편의 솔그늘길을 연다. 크게 공원의 둘레를 순환한다. 중앙에는 진입광장이다. 솔그늘길과 광장을 잇는 샛길이 들고 난다. 그 사이사이에 시(詩)를 새겨넣은 푯말이다. 삼각산을 상징하는 세 개의 돌탑이다. 뒤늦은 봄날의 철쭉도 장식한다. 길은 있다만 정처는 없다. 어디든 한가한 걸음을 내기에 적합하다. 가족의 단란한 걸음이어도 좋겠다. 연인과 다정한 걸음이어도 좋겠다. 볕 좋은 5월의 가벼운 산책로로 제격이다. 하물며 서울에서 유일한 솔밭이다. 소나무의 매혹이다. 머리에 인 솔잎의 푸름뿐 아니라 그 몸짓 또한 유려하다. 1천 개의 나무는 1천 개의 수형을 갖는다. 춤을 추듯 뻗어나간 가지의 모양은 사람의 손으로 빚을 수 없는 예술이다. 햇살을 양분 삼아 바람이 만든 작품이다. 무리를 이루면 군무의 찰나다. 해 질 녘에는 그 숲 사이로 빛이 산란한다. 그 또한 곱고 아름답다.
숲은 사연도 많다. 어렵사리 지켜낸 공원이다. 본래는 공원의 상당 부분이 사유지였다. 아파트가 들어설 위기도 있었다. 땅의 주인은 소나무가 애물이었을 것이다. 부러 나무를 죽이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를 서울시와 강북구가 1997년에 매입했다. 2004년에야 우이동 솔밭근린공원으로 개장했다. 지난 2008년에는 제9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마을숲 부문 장려상도 받았다. 근래에는 북한산 둘레길로 관심을 모은다. 소나무숲길과 순례길 구간이 솔밭공원을 경유한다. 걷기를 좋아하는 이는 북한산 둘레길로 걸음을 옮겨봄직하다. 물론 솔밭에서의 향긋한 머묾이어도 좋으리. 인근 덕성여대 정문에는 덕성여대생들의 단골집 산책(02-997-6595)이 있다. 알쌈초밥이 맛있다. 조금 갖춰진 식사를 원하면 인근 4·19기념탑사거리에 있는 하주골(02-905-7963)을 권한다. 가격에 비해 우수한 양질의 한정식을 낸다. 우이동 솔밭근린공원은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덕성여대 앞으로 가는 버스를 환승한다.
박상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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