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패션, 그것도 무대의상을 자랑하겠노라 하면 뭔가 특별한 아이템을 기대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의외로 심플하다. 레이디 가가를 연상케 하는 드래그룩도, 터프한 본디지 패션도 아니다. 그냥 검은 면티에 큐빅(핫픽스)으로 박은 ‘G’자가 디자인의 전부.
때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게이 코러스인 지(G)보이스는 첫 정기공연을 치른 뒤 음악성과는 상관없이 그날 입은 의상에 대한 혹독한 비평을 감내해야 했다. ‘촌스럽다. 싼 티 난다’는 게 주요 반응들. 싼 티 나는 건 가난한 아마추어 합창단이 당연히 감수해야 할 몫이겠지만 촌스럽다는 평은 게이로서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일! 해서 이듬해, 두 번째 공연을 앞두고 지보이스는 세련되고 의미도 있으면서 음악성까지 살려줄 무대의상(그런 게 가능하다면)을 직접 제작하리라 결심하게 된다. 참고로 지보이스가 속해 있던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10여 년째 가내수공업으로 판촉물을 만드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다.
일단 블랙 컬러의 반팔 티셔츠를 기본 재료로 구입하자는 의견은 쉽게 통과되었다. 다음 단계는 셔츠에 성소수자 상징물을 새기는 일. 나치의 동성애자 박해를 기억하기 위한 상징물인 핑크 트라이앵글과 전세계 게이 프라이드의 상징물인 레인보(6색 무지개) 깃발, 글자 ‘G_Voice’를 활용한 디자인 등이 물망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노래보다는 수다에 일가견이 있던 지보이스 단원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던 터. 마라톤 회의가 이어졌고, 마침내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알파벳 G를 큐빅으로 붙이자는 아이디어가 통과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공연. 게이들의 감각은 정확했다. 이날 지보이스의 공연은 적어도 의상만큼은 괜찮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몸매를 적당히 커버해주는 기본 스타일의 블랙 티셔츠는 누가 입어도 무난하게 어울린다. 지금 성황리에 상영 중인 따끈따끈한 영화 세 번째 에피소드인 ‘최영수’ 편을 보라. 다양한 체형의 지보이스 단원들이 이 옷을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디자인 재능기부를 받기 시작한 지보이스는 드레시한 베스트, 그레이톤의 시크한 타이와 셔츠, 섹시한 망사티, 터프한 인조가죽 셔츠 등을 섭렵해왔다. 그러나 한알 한알 직접 손으로 박은 G_티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제자리를 지켜왔으며 지금도 심심치 않게 무대 위에 등장한다. 6월4일 열린 두리반 후원 음악회 때도 지보이스는 이 의상을 입었다.
갖고 싶은가? 지보이스에 후원을 하든가 재능기부를 하면 선물해드릴 수도 있다. 우린 또 만들면 되니까. 참고로 G_티를 입은 게이와의 데이트는 옵션이다. 아! 이쯤 되면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트랜드세터가 되고 싶어하는 당신을 위한 오늘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G_티를 입은 게이 ‘친구’다.
전재우 지보이스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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