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인상을 결정짓는 8할은 헤어스타일이고, 남자 헤어스타일을 결정짓는 8할은 머리 길이다. 나머지 2할은, 의심의 여지 없이 탈모 여부다.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를 기르지 않는 남자는 자신의 인상과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기껏해야 머리를 조금 기르거나 짧게 자르는 게 전부다. 파마나 염색이라는 선택지도 있지만, 평범한 남자들은 좀처럼 고르지 못하는 고난도 선택지다. 결국 이들이 미용실에 가서 하는 말은 딱 하나다. “잘라주세요.”
여기서 머리 길이에서 가르마로 헤어스타일에 대한 시선을 조금만 틀어보자. ‘얼마나 자르느냐’보다 ‘어떤 흐름을 만드느냐’가 남자의 인상을 결정짓는 시대가 왔으니 말이다. 게다가 가르마만 잘 이용하면 ‘불치병’으로 여겨지는 탈모에 대한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
지나치게 단정히 빗어넘겨 지루해 보이기까지 하는 전형적인 ‘2:8 회사원 가르마’의 남자들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둘로 가르는 그 선이 타고난 것이라고 믿는다. 조금이라도 옮겨볼라치면 격렬하게 반항한다. 누구에게든 머리카락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가르마가 있는 건 맞다. 머리를 감고 나서 가만히 놔두면 생겨나는 길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길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 바꾸지 못할 만큼 강력한 가르마를 가진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또 가르마는 선이 아니라 면이다. 가르마를 두피가 드러나는 선이 아니라 머리카락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면이라고 여길 때 헤어스타일은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최근 안방극장의 ‘완소남’으로 떠오른 남자들인 의 김주원(현빈), 오스카(윤상현)와 썬(이종석), 임종수(이필립), 의 박해영(송승헌), 의 정인(김재욱)과 강무결(장근석)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개성 있는 헤어스타일이 눈길을 사로잡고, 가르마로 캐릭터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낸다. 남자 헤어스타일의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이들의 스타일을 곁눈질하면서 가르마의 세계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보자. 프랜차이즈 헤어살롱 ‘토니앤가이 아카데미’의 이지영 강사의 도움으로 가르마가 없는 스타일과 2:8 가르마, 5:5 가르마 등 세 가지 헤어스타일의 연출법을 알아봤다.
젊어 보이고 싶다면 가르마를 없애자
레드 기획
요즘 대세는 ‘가르마 삭제’다. 이지영 강사는 “최근에는 가르마를 없애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가르마 없이 머리카락을 사선으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는 ‘비대칭 댄디 커트’를 많이 하는데, 이 헤어스타일의 특징은 젊고 활동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가르마를 없애는 방법은 간단하다. 머리를 감고 나서 드라이어를 이용해 손이나 빗으로 머리카락을 정수리 부분부터 앞으로 쓸어내린다. 그 방향으로 잘 말리면 가르마가 없어진다. 말리고 나서 원하는 방향으로 머리카락의 방향을 잡아주면서 왁스 등 스타일링 제품을 이용해 고정한다. 주의할 점은 귀를 중심으로 앞쪽 머리는 귀 앞쪽 방향으로, 뒤쪽 머리는 귀 뒤쪽 방향으로 흐르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정수리 부분에 있는 머리카락은 손으로 잡아 볼륨감을 만들어준다. 이쪽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면 뜨면서 납작해 보이지 않을 거라는 착각은 버리자. 적당한 길이를 유지해야 볼륨감을 줄 수 있다. 옆에서 볼 때 목덜미가 깔끔하게 떨어지고 정수리 부분이 살아나 전체적으로 동그란 형태가 되도록 하는 게 가장 좋다. 스타일링이 끝나면 드라이어로 살짝 말려야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오래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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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마가 없는 스타일은 이마 라인을 가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탈모로 고민하거나 이마가 넓은 이들에게 잘 어울린다. 긴 얼굴형이나 동그란 얼굴형을 가졌다면 가르마 없이 앞머리를 내린 헤어스타일로 얼굴형을 교정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조금 더 찰랑이는 효과를 내고 싶다면 안쪽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겉의 머리카락을 덮는 형식의 ‘더블 커트’를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다. 의 현빈 헤어스타일도 이렇게 완성됐다.
2:8이라고 다 같은 2:8이 아니다‘토니앤가이 아카데미’ 이지영 강사가 가르마에 따른 세 가지 헤어스타일을 연출했다. 그는 “가르마만 바꿔도 스타일이 확 달라 보인다”고 조언한다. 아래 왼쪽부터 가르마가 있는 스타일, 2:8 가르마 스타일, 5:5 가르마 스타일.한겨레21 김정효
2:8 혹은 3:7 정도로 나눠지는 옆 가르마는 평범하면서도 전형적인 헤어스타일이다. 이 헤어스타일도 조금만 스타일링을 하면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다. 먼저 가르마 선을 이마에서 가장 깊게 들어간 부분에 ‘생긴 대로’ 방치하는 것은 피하자. 정수리 쪽으로 깊게 들어간 부분보다 위쪽으로 가르마를 타고 빈 곳을 머리카락으로 덮어줘야 헤어 라인이 촌스럽지 않다. 가르마는 얼굴의 왼쪽과 오른쪽 중에 비교적 자신 있는 분위에 위치하는 게 좋다. 눈이 크거나 턱선이 갸름한 쪽에 가르마를 내고 머리카락을 반대쪽으로 흐르게 하면 얼굴에서 자신 있는 부분으로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다.
이 헤어스타일의 정수는 가르마 선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두피가 들여다보이게 가르마를 타고 양쪽을 납작하게 누르면 ‘옆집 아저씨’ 인증이다. 가르마 양옆의 머리카락을 드라이어 등으로 볼륨감을 준 다음 머리카락 뿌리 쪽을 스타일링 제품으로 고정해 가르마 선을 가능한 한 많이 가려야 한다. 가르마 반대쪽 머리카락은 살짝 띄워 뒤쪽으로 자연스럽게 넘기거나 앞쪽으로 흐르도록 연출하면 된다. 조금 더 부드러운 인상을 원한다면 가벼운 파마나 스타일링 기기 등으로 웨이브를 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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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가르마 헤어스타일은 신뢰감을 준다. 신뢰감을 준다는 점 때문에 회사원들이 선호하는 헤어스타일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도 철없던 남자 주인공이 야망을 갖고 성공을 향해 달려가겠다고 결심하는 장면에서 꼭 이 헤어스타일을 하고 등장한다. 의 김재욱은 사선으로 잡은 2:8 가르마로 믿음직스러우면서도 개성 있는 분위기를 강조한다. 가르마 선을 잘 선택하고 반대쪽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한다면 M자형 탈모가 있다고 해도 해볼 만하다. 가르마를 한쪽만 고집하면 그곳만 햇볕에 노출되기 때문에 탈모의 위험이 있으니 때때로 반대편으로 바꿔주는 것도 잊지 말자. 가르마를 바꿀 때는 가르마를 없앨 때처럼 머리를 감자마자 손으로 방향을 잡고 드라이어로 말리면 된다.
자유로운 영혼은 5:5 가르마를 한다5:5 가르마는 주로 코미디 등에서 웃음을 줘야 할 때나 일본인 순사를 표현할 때 분장 효과로 사용된다. 그런데 5:5라는 균형 잡힌 헤어스타일을 단지 웃음의 도구로만 쓰기에는 영 아깝다. 알고 보면 5:5 가르마는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내기에 썩 괜찮은 헤어스타일이다.
이 헤어스타일은 정확히 머리 한가운데에서 조금만 옆쪽으로 비켜 가르마를 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5:5 가르마라고 수박 자르듯 가르마 선을 직선으로 내 정확히 절반을 나누면 코미디가 된다. 살짝 비켜 가르마를 내고 양쪽 머리카락의 뿌리에 볼륨감을 준다. 2:8 가르마 스타일에서처럼 가르마 선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도록 한다. 이 스타일은 머리카락 길이가 길수록 더 잘 어울린다. 적어도 귀를 덮는 정도의 길이는 되어야 시도해볼 만하다. 파마나 스타일링 기기를 이용해 웨이브를 넣으면 더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
의 장근석과 의 이필립, 또 영화 에서 류승범이 5:5 가르마를 긴 웨이브 스타일로 선보였다. 이들이 연기한 캐릭터에서 알 수 있듯, 이 헤어스타일은 자유롭고 순수하며 개성이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을 때 적당하다. 머리카락으로 이마 양쪽을 가릴 수 있어 M자형 탈모로 이마 양옆이 깊게 파인 이들이나 역삼각형 얼굴을 가진 이들에게 잘 어울린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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