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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도감 전성기

2000년대 들어 마니아층 커지며 소재 다양화·세분화로 생물도감 출간 ‘대폭발’
등록 2010-08-25 21:45 수정 2020-05-03 04:26
2000년대 들어 마니아층 커지며 소재 다양화·세분화로 생물도감 출간 ‘대폭발’.

2000년대 들어 마니아층 커지며 소재 다양화·세분화로 생물도감 출간 ‘대폭발’.

“도감은 나오자마자 틀립니다.”

조영권 편집장은 (김정훈 지음, 교학사 펴냄)를 가리키며 덧붙였다. “1998년 나온 이 책은 이제 아마 50%가 틀릴 겁니다.” 도 이제 나오자마자 틀리기 시작할 것이다. 8월19일 ‘자연과 생태’의 자료실로 입고된 에 따르면 더 그렇다. 이 책은 ‘자연과 생태’의 기획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들었다. 1994년 정부 지원하에 건국대에서 펴낸 이래 처음 한국의 곤충들을 집대성한 이 책은 전세계 곤충을 단일한 기준으로 분류하는 최신 경향을 따르고 있다. 이 ‘총 목록’에는 16년 전에 비해 곤충강 아래 분류가 30목에서 25목으로 줄었고, 종수는 1만991종에서 1만4188종으로 늘었다. 도감이란 과거의 집대성이기에 항상 옛것이 된다.

아마추어의 활약·숲해설가·카메라의 발달, 삼박자

지금은 도감 전성기

지금은 도감 전성기

‘총 목록’이 나온 날,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생물지 (The Flora and Fauna of Korea)이 나왔다. ‘생물자원 확보·연구를 통한 국가 생물주권 확립’을 기치로 내걸고 2007년 시작된 사업의 중간 성과물이다. 생물자원관은 국가에 고유한 생물종이 ‘자원’이자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인식하에 세워졌다. ‘산업’이 개입하자 기초과학인 ‘분류’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생물자원관은 ‘도감식’ 데이터베이스(DB) 작업을 10년 목표로 진행 중이다. 1994년의 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국가의 도감 만드는 기초체력이 달리는 사이 재야에서는 아마추어 고수들이 대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도감은 원래 아마추어의 세계다.” 곤충학자 정부희씨는 말한다. 곤충에 관해서라면, 곤충학자 김진일의 (현암사, 2006), 박해철의 (다른세상, 2006) 등 몇 권의 책을 제외하면 아마추어들의 세계였다. 를 쓰고 최근 (진선출판, 2008)로 국내 곤충을 집대성한 곤충학자 김정훈씨도 곤충을 찍는 전문 프리랜서 사진가로 이력을 시작했다.

2000년대 도감의 전성기가 열렸다. 2003년 야생화 바람(이유미의 (현암사), 윤주복의 (진선출판))을 시작으로 신구문화사의 포켓도감(2004), 현암사의 ‘우리가 모두 알아야 할’ 시리즈(2005), 진선출판사의 ‘호주머니 속의 자연’(2004) 등이 소재를 다양화하면서 쏟아져나왔다. 어린이용으로 인식되던 도감이 일반인을 위한 것으로, 번역이 아닌 한국 토종으로 자리잡아갔다. 이 시장의 포화를 감지한 이후의 주요 경향은 세분화와 동정의 다양화다. 등 식물 관련 도감을 12권 낸 윤주복씨는 “(독자가) 맨 처음에 꽃을 좋아하면서 식물의 이름을 알아가다가, 꽃만으로는 이름을 알기 어려운 식물을 접하면서 가지나 눈, 껍질 등 여러 가지 분류 방법으로까지 관심을 확대해왔다”고 말한다. 꽃에서 나무로 넓어지고, 나무에서 나뭇잎으로 세분화해온 것이다. 겨울눈과 잎을 기준으로 식물 동정을 하는 (진선출판, 2007)와 (진선출판, 2010)이 나왔고, 동물의 흔적으로 동물을 찾는 (보리출판, 2006), 지역에 초점을 맞춘 (보리출판) 등이 출판됐다.

성숙한 마니아들의 커뮤니티식 협업

이러한 도감 대폭발의 배경으로 조영권 편집장은 “생태안내자, 자연안내자, 숲해설가의 증가”를 든다. 숲해설가는 2002년 4월 산림청에서 도입한 이래 현재 100개 이상의 양성과정이 운영 중이며 현재까지 2천여 명이 배출됐다. 어느 게 먼저랄 수 없겠지만 전문가급 디지털카메라의 대중적 보급도 이런 경향에 불을 붙였다. 사진을 찍고 이를 ‘동정’할 도감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마니아층이 성숙해지면서 협업을 통해 지금까지 아무도 내지 않던 분류군에 집중하는 새로운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 그 성과의 하나다. 곤충학자 정부희의 (다른세상, 2010), 김성호 교수의 (웅진지식하우스, 2008), (지성사, 2010) 등도 ‘미답의 생물 에세이’의 중요한 경향으로 볼 수 있다.

글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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