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X> 대원씨아이 제공
아폴로 조경철 박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 어디로 갔을까? 저 은하계 너머, 아폴로 우주선도 가닿지 못한, 그의 이름을 단 별로 날아갔을까?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그를 떠올릴 때마다 그 얼굴에 가득 찬 환한 웃음을 기억하리라는 사실뿐이다.
박사가 온 국민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때. 역사적 생중계를 동시통역하다 흥분한 나머지 의자에서 넘어졌고, 그 몸 개그 장면이 초유의 시청률을 자랑하던 TV 화면에 고스란히 잡혀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시대의 여느 학자들처럼 근엄함에 목숨을 걸었다면, 그는 수치스러움을 참지 못해 산속 천문대에 틀어박혀 평생 별들만을 친구로 삼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별과 인간 사이에 오작교를 놓는 까마귀와 까치처럼 자신의 벗겨진 머리를 자랑스러워했다.
‘몰래카메라’의 오리지널 시절에는 뜻밖의 사냥감이 되기도 했다. 이경규가 한강변에 UFO가 나타났다고 박사를 불러낸 뒤에 ET 분장을 하고 나타났는데, 그는 환한 웃음으로 그 장난을 즐거워해주었다. 과학자는 딱딱하고 잘난 척만 한다는 사람들의 통념을 뒤집으며, 유머감각 넘치는 장난꾸러기 ‘아폴로 박사’로 과학 소년들의 친구가 되었다.
떠올려보면 코미디언 뺨치는 유쾌한 박사가 하나둘이 아니다. 붕 뜬 머리의 아인슈타인은 혀를 내밀고 있는 유명한 사진을 통해 과학자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었다. 상대성이론이라는 현대 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발견을 이끌어냈지만, 그는 상아탑의 연구 기계가 아니라 메릴린 먼로만큼이나 유명한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의 브라운 박사를 비롯해 수많은 괴짜 박사의 전형이 그로부터 뻗어나왔다.
만화 에 나오는 오차노미즈 박사는 또 다른 형태의 코믹 박사 계보를 만들어냈다. 우리에게는 ‘코주부 박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실험에 열중하다 벌레에게 물린 듯 부풀어오른 커다란 코 때문이었다. 그를 이은 여러 공상과학 만화의 박사들은 괴짜 외모에 괴짜 발명품을 내놓으며 사람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의 고 박사는 천재적 두뇌와 앙증맞은 몸집의 대조만으로도 큰 웃음을 선사했다.
아폴로 박사를 추모하며 이 주일에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saxyun’의 . 괴상한 취미와 별스러운 발명품에 빠져 있는 수수께끼 박사 X가 주인공인 개그 만화다. 무언가 굉장한 발명품이라도 내놓는 듯 두 팔로 의미 불명의 ‘X’ 표시를 하며 등장하지만, 순진한 조수인 코토를 당혹스럽게 하는 게 주목적이다. 폭염에 시달리는 코토를 보며 뭔가 더위를 이겨낼 만한 발명품을 보여줄 것 같더니, 여름은 장어철이라며 뱀장어를 등 속에 넣고 꿈틀거리는 걸 즐긴다. 초소형 전화기를 만들었다고 자랑하지만, 너무 작아서 쓸 수 없자 그럴 줄 알고 옵션을 준비했다며 가정용 전화기를 내놓는다. ‘요철 발명왕’이 자라나서도 발명가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면 저런 모습이려나?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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