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JK
놀라지 마시라. 은 이런 매체다. 40쪽에서 ‘정태춘·박은옥’을 본 뒤 103쪽에서 ‘드렁큰타이거’를 볼 수 있다. 드렁큰타이거 소개는 위키백과를 빌린다. “LA 흑인 폭동 직후인 1992년, LA ‘랩의 뿌리’ 힙합 축제에서 데뷔한 한국인 래퍼 타이거JK에 의해 시작. 그를 중심으로 형성된 공동체를 뜻하기도 함. 드렁큰타이거의 힙합운동은 ‘무브먼트 크루’로 범위를 넓혀왔음.”
가수를 소개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엔 너무 유명하다. 타이거JK는 아내 윤미래와 함께 에도 출연했으니 말이다. 지난 6월29일 발매한 정규 8집 앨범은 벌써 10만 장이 팔려나갔다. 지금 내가 소개하려는 노래 역시 유명하다. 그런데 왜 쓰냐 하면, 좋아서다.
“죽기 전에 죽지 않아!”
드렁큰타이거의 홈페이지에 타이거JK가 친필로 쓴 문장이다.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그 밑에는 거친 글씨로 “자! 발라버리자!”라고 쓰여 있다. 글씨도 문장도 시원하다. 죽지 않아, 발라버려. 혼자 소리를 내본다.
우선 음악을 들어, 아니 가사를 읽어보자. 오늘 함께 나눌 음악은 드렁큰타이거의 8집 수록곡 (Monster)다.
“아픈 마음의 상처에/ 음악의 연고를 발라버려.”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지난 9월, 난 식당일을 하며 아팠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빈곤 노동에 절망했다. 3개월째 못 쉬고도 침묵하는 언니들의 모습에 우울했다. 10월, 마감을 하며 아팠다. 써도 써도 잘 써지지 않고 자도 자도 편치 않았다. 그랬던 내게 노래가 연고를 건넸다. “발라버려” 하고.
“밤마다 밤새 마감일에 압박/ 구겨진 종이 쪼가리로 더럽혀진 방바닥에/ 엎질러진 커피를 대충대충 닦아/ 난 창작의 노예 창작의 고뇌/ 좁혀지는 오선 정지선 안에 갇힌 노랫말/ 말들은 머릿속 마구간에 서 있고/ 그들은 그저 들판으로 자유롭고 싶구/ 금토일월화수목화.”
머릿속 마굿간에 서 있는 문장들이 아우성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다. 내 옆자리, 그 옆자리의 기자도 그럴까. 난 창작의 노예, 창작의 고뇌.
“인생은 드라마 이젠 놀랍진 않아/ 매일매일 끄떡거리는 연필심을 따라/ 필요 없는 우표에 침을 발라버려/ 엽서에 붙여 하늘로 날려버려/ 밤 밤바밤 밤 발라버려~.”
식당 언니들에게 “언니, 다 같이 사장에게 따집시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언니들은 피식 웃고 말았다. 죽지 않았다고, 발라버리겠다고 말하기엔 용기가 필요하다. 난 그래서 식당 언니들에게 이 노래를 추천한다.
“마른 입술에 침을 발라버려/ 떡볶이에 고추장을 발라버려/ 김밥에 참기름을 발라버려/ 찬밥을 라면국에 말아먹어/ 비빔밥에 고추장을 발라버려/ 삼겹살에 쌈장을 발라버려/ 다 발라버려 발라 발라 발라버려.”
본질은 표현이다. 발라버리고 싶은데 발라버리자고 말을 못해서 우리는 아프다. 답답하면 소리쳐야 하고 아프면 발라버려야 한다. 9월, 10월 그게 잘 안 돼서 난 이 노래만 들었다. 지금 답답한가. 그럼 외치자. 다 발라버려 발라 발라 발라버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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