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색다른 불꽃놀이
“가을에도 야구하자!” 역대 최다 관중으로 뜨거웠던 프로야구가 포스트 시즌에 돌입했다. 그라운드에선 선수들이, 관중석에서는 돈과 시간과 열정이 되는 팬들이, TV 앞에선 그냥 팬들이 열기를 뿜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색다른 불꽃놀이가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 중계석이나 스포츠신문보다 흥미로운 야구 만화들이 이 공놀이를 갖고 노는 또 다른 재미를 터뜨리고 있다.
“가을에는 여행 가자!” 야구 만화계에서는 지존급으로 인정받는 최훈의 포스트 시즌 첫 만화가 개뿔 뜯는 소리를 한다. 스크롤을 내려보니 사순이, 턱돌이, 독수리, 쌍둥이가 해맑게 웃고 있다. 포스트 시즌에 올라가지 못한 팀들이 은근슬쩍 가을 야구 따위는 잊어버리자는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물론 본편보다 훨씬 긴 보너스가 우리의 기대를 충족해준다.
최훈의 작풍을 야구에 비유하자면, 조범현 감독이 전해주는 정교한 데이터를 꼭꼭 씹어먹은 뒤 야수적인 감각으로 쳐대는 김현수? 작은 칸 속에 온갖 정보를 집어넣으면서도, 포복절도할 비유와 개그 묘사에서도 매회 실망을 주지 않는다. ‘소원을 말해봐’로 소녀시대 팬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그 정도도 못 그리면 만화로 웃기기 참 어려울 게다. 다만 주간 단위의 연재가 답답하다. 한 게임 한 게임이 중요한 포스트 시즌에는 조금 더 발 빠르게 달려주면 좋을 텐데.
그런 틈새를 가 치고 들어온다. 만화 자체도 짧고 간결하지만, 포스트 시즌 경기가 끝날 때마다 작품을 올리는 기동력을 발휘한다. ‘샤다라빠’를 야구에 비유하자면, 아직 정교함이나 파괴력은 부족하지만 외모가 귀여운 벤치 멤버? 미안하다. 언젠가 특급 에이스가 되어서 복수하길.
역시 지금은 최불암의 가 대세인 것 같다. 최불암의 만화는 일단 정신없이 내달리는데, 최훈 식의 정교한 데이터보다는 선수들의 온갖 호사다마를 꿰차고 있는 매니저 스타일. 거기에 무지막지한 스윙으로, 잘 맞으면 그라운드를 융단폭격하고 안 맞으면 배트를 관중석에 집어던지는 식이다.
일단 지금 경기를 읽고 해석해내는 감각은 연일 맹타다. ‘잠실 포크볼 대학살’로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장식한 조정훈의 화려한 투구를 묘사하더니, 2차전 시구자인 한채영 못지않은 육감 가슴의 최준석이 롯데 선발 장원준을 고장난 롤러코스터에 태워 곤혹을 치르게 하는 장면을 정신없게 펼쳐낸다. 솔직히 그 표현 하나하나를 이해하기는 벅찬데, 열성적인 댓글러들의 해설이 우리를 도와준다. 세심한 링크 덕분에 데뷔 시절 꽃미남 ‘투수’였던 이대호의 체중 변천사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남은 경기들은 어떻게 엎치락뒤치락할까? 경기가 짜릿할수록 야구 만화의 열기도 뜨거워질 것이다. 경기장만큼 뜨거운 만화가들의 해설 대결 속에서 ‘타미송편’ ‘사못쓰’ 등 선수 별명들도 급속히 늘어날 것 같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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