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딱 1이닝만 책임져줄 투수, 야구 감독에겐 그만 한 복도 없다. 코미디광인 내겐 그런 존재가 있다. 버라이어티쇼는 하나같이 라면 스프로 만든 냉면 같고, 웹툰들은 죄다 햇볕에 말라버린 오이 껍질 같은 주가 있다. 그런 날이 일주일 가까이 지속되면 숨이 턱 하고 막힌다. 나는 이럴 때 투니버스의 에 주말 밤을 내맡긴다.
모든 것을 심슨화하라
20년간 거침없이 팬들을 양산해낸 . 위험천만인 이 가족이 어떤 소동들을 벌이는지 알고 싶다면, ‘그냥 일단 보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뒤통수를 때리는 주옥같은 유머도 한두 가지가 아니니, 하나하나를 주워섬기는 것도 실없다. 그래서 이 주일에 나는 케이블의 대신 인터넷의 ‘심슨 파헤치기’로 주말 밤을 보낼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제 놀라운 아마추어 연구자들의 도움으로 하드코어한 심슨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은 온갖 패러디와 카메오 출연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다. 한두 번 보아서는 그냥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심슨 때문에 제법 눈알이 빨개진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면 좋은데, 블로거 ‘LSON’이 그중 하나다. ‘심슨 가족 영화 패러디’ 코너를 통해 도대체 어떤 장면이 어떻게 패러디됐는지 치밀하게 분석해준다. 바트가 호머의 동전을 훔쳐가는 장면이 를 패러디한 건 알았지만, 계단에서 호머가 굴러 내려오는 게 인디아나가 바윗돌에 쫓기는 장면을 뒤집은 거라는 건 처음 알았다. 스프링필드의 마피아가 운전하는 장면이 드라마 의 오프닝을 패러디한 디테일도 참 집요하다.
이 시리즈의 진짜 팬들은 TV에서 ‘더 심슨~’ 하며 익숙한 소리가 들리면, 부리나케 화면 앞으로 달려간다. 매번 비슷한 구도에서 살짝살짝 변화를 준 아이디어 가득 찬 오프닝 장면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말썽쟁이 바트가 방과후에 교실 칠판에 쓰는 글씨도 매번 바뀌고, 가족들이 제각각 집으로 달려와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장면도 참 기발하게 바꾼다. 블로거 ‘레드써니’는 20시즌을 맞이해 고화질(HD)로 바뀐 새 오프닝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 오프닝 하나로 의 세계인 스프링필드를 견학하는 느낌이다.
이제 심슨은 자기 시리즈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특히 세상의 모든 캐릭터를 심슨 특유의 스타일로 바꾸는 ‘심스나이즈’는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문화 코드 중 하나다. ‘무한도전 심슨 버전’ ‘ 심슨 버전’ 등을 만들어내는 네티즌의 능력은 신기하고 놀랍다. 노래에 맞추어 2NE1을 심슨 스타일로 변신시키는 동영상은 보고 또 봐도 굉장하다. 나라도 가만히 있을쏘냐. 본인도 변신해보고 싶다면 심스나이즈미(simsonizeme.com)를 찾아가보시라.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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