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인터넷 정보검색부터 시작하자. 전국에 숨어 있는 간이역에 대한 정보는 철도 마니아들의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활용하면 쉽게 얻을 수 있다. 간이역사의 연혁, 철도노선표, 주변 관광지 등 원하는 정보가 가득하다. ‘기차와 함께 하는 여행’ ‘소정리부역장의 역사진기록관’ 등이 대표적인 사이트다.
간이역은 여객이나 화물 수송률에 따라 기차의 정차 여부가 결정된다. 기차로 갈 수 있는 간이역과 갈 수 없는 간이역이 있다는 얘기다. 도로교통이 불편한 지역은 아직도 철도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영동선 승부역·양원역·석포역, 경전선 양보역·광곡역 등이 그렇다. 이런 곳은 여객 열차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정차하기 때문에 열차시간표를 보고 찾아가면 된다. 반면 도로교통이 발달돼 여객 취급을 중단한 지역의 간이역은 역설적으로 시내외 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찾아가야 한다. 규모가 작은 역일수록 기차역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된 경우가 많으므로, 버스를 탈 때 기사에게 원하는 역 앞에 세워달라고 미리 부탁하면 된다.
자전거 이용해 인근역 함께 둘러볼 수도
기차가 서지 않고 버스교통마저 불편한 지역은 간이역들이 이웃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접이식 자전거를 이용해 둘러보는 게 방법이다. 예를 들어 기차를 타고 영주역에 내려 중앙선 문수역·승문역·평은역을 하나의 테마로 묶어 둘러본다든지, 화순역에 내려 경전선 만수역·입교역·석정리역을 묶어 둘러본다든지 하는 식이다.
간이역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알아둬야 할 점도 있다. 기차로 갈 수 있는 간이역이라도 되돌아올 차편을 미리 확인해놓지 않으면 곤란한 경우가 생긴다. 하루 두 번만 멈춰서는 산골 간이역도 있고, 오후 3시가 해당 노선의 마지막 열차인 곳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지 중의 오지인 영동선 양원역의 경우 영주에서 기차를 타고 아침 7시17분 양원역에 내려 1시간10분 정도 구경한 뒤 8시34분 다시 영주로 돌아가는 열차를 타야 한다. 만약 이 열차를 놓치면 다음 열차를 탈 때까지 꼬박 12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무인역)에선 승차권을 살 수 없다. 이럴 때 열차에서 승차권을 어떻게 구입하는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승무원들이 단말기를 이용해 차내 승차권을 발급하고 있으니 일단 기차부터 타고 운임을 계산하면 된다.
간이역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다 보면 위험한 순간도 만난다. 간이역 구경이나 철도사진 촬영에 몰입해 소리 없이 다가오는 고속열차의 위험을 감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일반 열차라도 새마을호는 최고시속 150km로 달리기 때문에 철로를 따라 걷거나 철로에 서서 기차가 오는 사진을 찍는 건 위험하다.
철로에서 사진 찍거나 산책하는 건 위험
간이역을 둘러보거나 간이역 앞 역전상회를 이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간이역 주변에는 개들이 사는 경우가 많은데 귀엽다고 너무 가까이 가서 손을 내밀면 물리는 수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역전상회에서는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물건을 사야 한다. 손님이 적다 보니 날짜 지난 먹을거리가 종종 있다. 인심 좋은 주인이라면 굳이 따지지 말고 조용히 물건을 버리는 것도 미덕이다.
이렇게 몇 가지 주의점만 알고 일정을 짜서 움직이면 즐거운 간이역 여행을 할 수 있다. 이제 녹슨 레일을 따라 과거로 올라가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기차여행의 추억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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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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