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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21] 보리와 임금님

등록 2009-07-01 07:35 수정 2020-05-02 19:25
보리와 임금님. 사진 연합

보리와 임금님. 사진 연합

이라는 동화책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이 동화를 읽었습니다. 처음 읽을 때 참 낯설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 동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더군요. 처럼 이 동화 역시 어른들에게 더 많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찾는 분들은 이 동화에 나오는 ‘보리’와 ‘임금님’이 우리 시대 누구를 상징하는지 댓글로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옛날 옛적 이집트에 윌리라는 아이가 살았습니다. 어느 날 윌리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보리밭 그늘 아래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곳을 지나가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머리에 단 장식과 옷이 햇빛에 반짝거렸죠. 윌리는 단번에 그가 ‘라’ 왕이라는 걸 알았죠.

왕은 윌리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물었죠. 윌리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집트에서 제일 부자라고 했습니다. 왕이 왜 그러냐고 되물었습니다. 윌리는 황금빛 보리밭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죠. 하지만 라 임금은 금빛 갑옷을 입고 이집트를 갖고 있는 자기가 더 부자라고 했습니다. 윌리와 왕은 말다툼을 했습니다. 라 왕은 뿔이 나서 윌리네 보리밭을 모조리 불태워버렸습니다. 그리고 라 왕은 “자, 어떤 것이 더 찬란한 금빛이냐? 보리냐, 왕이냐?”라고 말을 던지고 사라졌습니다.

윌리는 조그마한 밭으로 달려가서 막 울었죠. 그런데 눈물을 닦으려고 손을 펼쳤더니, 손바닥에 절반쯤 익은 보리 이삭이 붙어 있었습니다. 윌리는 그것마저 왕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얼른 흙을 파서 보리알을 하나하나 묻었습니다.

다음해 여름, 라 왕은 죽었습니다. 이집트 왕들이 죽으면 보석과 비싼 옷, 갖가지 황금 그릇들과 함께 묻죠. 하지만 보리도 함께 가져가야 합니다. 왕이 저승으로 먼 길을 가려면 배고프지 않게 보리가 있어야 했죠.

도시에서 어떤 남자가 보리를 가지러 나왔습니다. 피곤한 그 남자는 윌리네 집에서 잠깐 잠이 들었어요. 윌리는 밭에서 보리 이삭 열 개를 잘라 그 남자가 가지고 온 보릿단 속에 집어넣었죠.

그로부터 몇천 년이 지난 뒤, 영국 사람들 몇 명이 라 왕의 무덤을 발견했어요. 다른 황금 그릇들은 햇빛이 비치자 모두 스르르 무너져내렸습니다. 그러나 같이 묻힌 보리는 그렇지 않았죠. 그것은 옛날 윌리가 넣어둔 보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보리는 땅에 심겨졌고, 다시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 보리들은 밭에서 황금빛 물결을 이루고 있었답니다.

보잘것없는 보리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상징할까요? 그리고 황금빛 갑옷을 입은 라 왕은 누구를 의미할까요?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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