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지음, 푸른역사 펴냄, 1만9천원</font>
새마을운동에서 ‘개인’은 없었다. 근면·협동·자조조차도 마을을 수식했지 신작로 자갈을 거두고 담벼락에 시멘트를 발랐던 김씨나 이씨들의 것은 아니다. 지은이의 말마따나, 박정희 정권은 새마을운동의 배경을 농촌과 농민의 무기력·무능에서 찾았고, 계도했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민중’의 역할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사회학자가 ‘현상’이라 부르며 분석을 한다면, 역사학자는 ‘사연’이라 하며 들려준다. 지은이 김영미씨는 역사학자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거대분석은 잠시 뒤로 미루려는 것이다.
대신 한 마을과 한 농촌운동가의 내밀한 사연들을 통해 한국 농촌의 근현대사를 톺아본다. 경기 이천 부발읍 아미리는 청년지도자가 나타나면서 씨족갈등이 사라지고 차츰 개조된다. 씨족 원로들에서 청년 이장으로의 권력이양이, 이승만 대통령보다 42살이나 어린 박정희에 의해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던 때 전면화됐다는 관찰은 흥미롭다. 이는 “근대적 가치 체계와 능력을 갖춘 청년 이장이 이미 나타났다”고, 이전 농촌 사회도 정체돼 있지 않았음을 증거한다.
서울 경복고를 졸업한 뒤 제 고향으로 돌아와 1950년대 애향청년회를 결성한 이재영(73)옹 또한 마찬가지. 한국전쟁 뒤 농민들의 공동체 재건을 위한 자발적 운동이 축적돼왔고, 그것이 60·70년대 마을 근대화운동으로 이어지는 대목 대목들이 스냅사진처럼 보여진다. 이옹이 마을 엘리트로서 김윤환 당시 농협 회장에게 장호원 상황을 브리핑하면서 주목받거나, 애향청년회 회원들이 저마다의 인연으로 정부 주도의 새마을운동 기수, 농협의 개척원으로 전이되는 것도 그 가운데 한 컷이다.
다만 새마을운동은 이미 소수의 지도자에 의한 동원 체계란 평가가 일반적인 가운데, 아미리의 청년 이장과 이재영옹을 소수의 지도자로 분류할지 민중 엘리트라 부를지 구분이 어렵다. 이 모호한 경계에서부터 ‘민중의 새마을운동’이 비로소 복원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최강욱 지음, 갤리온(02-3670-1570) 펴냄, 1만2천원</font>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이자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 전문위원인 저자가, 여러 사회현상을 ‘법’의 시각에서 파헤친 라디오 프로그램 코너를 책으로 정리했다.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집단소송제’는 무산됐는데, ‘불법 시위 피해 구제 집단소송제’는 입법화가 예고됐다. 미국에선 네티즌들이 광고주 불매 운동 전자우편을 보내자 (전자우편에서 해당 언론사의 문제 있는 보도 내용을 인용한 부분에 대해) ‘저작권 침해’만 문제 삼았는데, 한국에선 기소된 24명 전체에 유죄가 선고됐다. 이렇게 최근의 ‘인권 어이상실’ 상황과 관련한 법적 문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김득중 지음, 선인(02-718-6252) 펴냄, 3만8천원</font>
이승만 정부는 ‘여순 사건’이 일어나자 남한 공산주의자들이 반란자이며 이들이 수많은 인명을 살상했다고 규정했다. 언론은 정부 발표문에 맞춰 국군의 용맹한 반란 진압, 공산주의자들의 잔인한 양민 학살 등을 보도했다. 진압 과정에서 ‘빨갱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진압군은 각 지역을 점령한 뒤 협력자를 색출하고 계엄령을 핑계로 즉결 처형했다. 민간인이 훨씬 더 많이 죽임을 당했음에도, 이런 살인은 ‘빨갱이 살인마’라는 이미지 날조와 함께 정당화됐다.
장대익·신재식·김윤성 지음, 사이언스북스(02-517-4263) 펴냄, 2만2천원</font>
목사(신재식), 종교학자(김윤성), 과학철학자(장대익)가 편지를 주고받았다. 과학철학자는 종교의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느냐고 따지고, 목사는 진화론 등 현대과학을 종교와 통합하려고 시도한다. 종교학자는 과학과 제도 종교로는 포섭되지 않는 종교성을 들춰낸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본격화된 기독교 근본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의 갈등에서 시작해, 우주와 생명의 기원, 인간 정신의 본질, 마음의 종교성까지 들여다본다.
데이비드 크리스천 지음, 김서형·김용우 옮김, 서해문집(031-955-7470) 펴냄, 1만1900원</font>
전 지구적 패턴에서 세계사를 보는 시도가 ‘거대사’다. 인류의 역사를 빅뱅에서부터 시작해 우주와 지구의 탄생, 생물의 출현 등을 포괄해 살펴본다. 유럽 중심주의 등 단선적인 역사관에서 탈피해 다중심주의적 시각에서 인류 전체의 대규모 역사를 조망한다. 저자는 이화여대에서 6월22일부터 ‘전 지구적 역사 그리고 거대사’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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