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런던은 꿈의 도시다. 영국 록 음악이 잘나가는 요즘엔 더욱이나 그렇다. 런던을 비롯해 맨체스터, 글래스고, 브리스틀, 브라이턴 등 영국 주요 도시에서는 영국 밴드뿐 아니라 ‘앨범 좀 팔린다’ 하는 세계 곳곳 밴드가 하루가 멀다 하고 공연을 연다. 런던을 찾는 많은 이들이 그렇듯 나 역시 런던에 와 있는 동안 다른 건 몰라도 공연은 정말 열심히 볼 거라고 다짐한 바 있기에, 런던에 발을 디딘 다음날 가장 먼저 록 음악 잡지 〈NME〉를 사서 공연 소식을 확인했고, 몇몇 공연 티켓 예매 사이트 가입을 마쳤다. 우리나라에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지금 한창 전성기를 달리는 뮤지션들로 가득한 공연 일정은 임금님 수라상처럼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영국 공연 가격은 비싸지 않다. 잘 알려진 신인급 뮤지션의 공연은 12파운드(1파운드는 약 2천원)에서 17파운드, 중견급 뮤지션의 공연은 25파운드 정도고, 손에 꼽히는 ‘본좌급’ 뮤지션의 대형 공연은 45파운드에서 50파운드, 혹은 그 이상이다(오는 8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유투’(U2)의 공연에는 150파운드짜리 좌석도 있다). 여기에 예매 수수료와 티켓 배송료가 약 4파운드 추가돼도 3만~6만원이면 괜찮은 공연을 볼 수 있다. 이 어찌 가슴 떨리지 않겠는가.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기에 예매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 많은 공연 티켓이 게 눈 감추듯 없어지는 걸까. 보통 ‘핫’한 뮤지션의 공연은 몇 달 전부터 예매가 시작되는데, 유학생 신분에 한정돼 있는 예산 내에서, 그것도 몇 달 뒤에나 있을 공연을 선택하려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이걸 포기하자니 아쉽고, 저걸 포기하자니 또 아쉽고, 그렇게 ‘고민고민’하다 예매 시작 날짜가 조금 지나기라도 하면, 때는 이미 늦기 일쑤다. 표를 찾을 때는 한없이 다정하던 예매 사이트도 ‘매진’만 뜨면 왜 그렇게 냉정해지는지.
그렇다고 ‘끝’은 아니다. 누군가 사놓은 티켓을 되파는 ‘겟미인’(GetMeIn) 같은 사이트도 있으니까. 그런데 1차 예매 전선에서 후퇴해 2차 판매선으로 물러나면 이미 공연 티켓 가격은 2배 이상 뛰어 있다. 17파운드 티켓이 50파운드로 ‘뻥’ 튀겨져 있기 일쑤고, 50파운드짜리 티켓은 200파운드를 넘기도 한다. 이때부터는 심리전에 들어간다. 공연이 임박해서 표가 팔리지 않으면 가격이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을 안고 손가락에 땀 날 때까지 겟미인에 들락거리지만, 가격은 점점 오르고 표는 하나둘씩 없어진다. 2차 판매선에서 표를 확보하지 못해도 마지막 보루는 있다. 전세계 어디든 있는 암표다. 대형 공연이 있는 날이면 공연장 인근 지하철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한 무리의 암표상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볼 수는 있겠으나, 어디에서든 그렇듯 암표에는 그만큼의 위험부담이 따른다.
나의 경우는 예매 막차를 타고 표를 구한 몇 개의 공연을 즐겁게 관람했으며 게으름 피우다가 몇 개의 공연을 놓쳐버렸다. 다행히 최근에는 부지런을 떨어 10여 년 전 나의 우상이던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 등 몇 개의 공연을 찜했고, 1월에 일찌감치 예매한 ‘블러’의 재결합 공연이 7월 하이드파크에서 날 기다린다. 제발, 그날 비만 오지 말기를.
안인용 한겨레 ESC팀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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