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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 <‘순수한’ 살로메, 국내 무대 키스> 외

‘야한 오페라’ 벗고 한국에 온 카를로스 바그너 연출의 <살로메> 10월2~5일
등록 2008-09-25 05:22 수정 2020-05-02 19:25

가장 음탕한 색녀. 선지자 요한을 몸으로 유혹하려다 실패하자 죽여버린 헤롯왕의 딸 살로메는 요부의 대명사다. 성서 텍스트에 바탕한 것이지만, 살로메 신화가 더욱 유명세를 얻은 건 독일의 괴짜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 덕분이다. 그는 퇴폐미의 거장 오스카 와일드가 각색한 살로메 일화를 비비 꼬고 틀어 에로틱하면서도 엽기적인 동명 오페라로 만들었다.

오페라 〈살로메〉

오페라 〈살로메〉

지독한 불협화음 속에 살로메가 잘린 요한의 머리를 얻으려고 헤롯 앞에서 몸에 걸친 일곱 개의 베일을 벗으면서 스트립 춤을 추고, 은쟁반 위에 놓인 요한의 머리에 연인처럼 키스하는 따위의 엑스등급성 장면들은 관객을 열광과 경악으로 몰아넣었다. 1905년 초연된 이래 유럽과 미국 곳곳에서 외설 오페라로 낙인찍혀 공연 중단 소동이 잇따랐고, 연일 떠들썩한 논란을 불렀다.

음악적 전위와 에로티시즘의 격렬한 융합물로 음악사에 한 획을 찍은 이 야한 오페라가 한국에서 처음 온전히 대작 무대로 공연된다. 10월2~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국립오페라단이 올리는 는 스타 연출가인 카를로스 바그너를 불러 같이 만들었다. 바그너는 스페인, 독일, 영국 등에서 미술과 음악, 춤을 두루 섭렵했고, 의 무대소품과 배경에 일가견이 있는 무대디자이너.

정작 무대는 원작처럼 선정적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한다. 살로메는 훌렁 벗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에 다가가려는 성녀스런 이미지로 그릴 것이라고 바그너는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하지만 헤롯은 빨간 수영복 같은 속옷을 입고 등장하는 얼개여서, 배역이 의상 문제로 교체되는 곡절도 낳았다. 춤·연기 실력에 화음과 맞서며 미성을 터뜨리는 살로메 역은 한예진·이지은이 맡는다. 반주는 전자악기 ‘엘렉톤’과 연주단체 팀프 앙상블. 3만~9만원. 02-586-5282.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자라섬의 비밀, 다섯번째 재즈파티
조 로바노, 조조 메이어, 나윤선 등의 재즈페스티벌 10월2~5일

가을이면 재즈팬들은 그 섬에 가고 싶다고 한다. 경기 가평 북한강변 자라섬. 어김없이 10월2~5일 다섯 번째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 천재 색소폰 주자 조 로바노, 기타 거장 존 스코필드, 드러머 조조 메이어 등의 연주가 고갱이. 특히 드럼 고수로 추종 팬이 많은 메이어는 강한 전자 비트 리듬에 드럼 타악이 어우러진 전위 무대를 보여줄 계획이다. 모던재즈의 산 역사 로바노의 ‘연기 같은’ 멜로디와 스코필드의 즉흥 기타 무대는 빼놓을 수 없는 묘미. 로바노, 메이어 등은 토·일 워크숍을 통해 연주 기법을 가르쳐주고 음악담도 들려준다. 프랑스 연주자들과 같이 올스타팀을 짠 국내 재즈가수 나윤선의 노래마당과 아시아권 재즈 아티스트들을 조명하는 연주 무대도 마련된다. 2만5천~5만원. 031-581-2813.

다큐사진가 강운구의 개인전 〈저녁에〉

다큐사진가 강운구의 개인전 〈저녁에〉

저녁에, 사진보러 가는 길
다큐사진가 강운구의 개인전 12월6일까지

이 땅 구석구석에서 길고 조용한 호흡으로 찍고 기록하기를 거듭하는 노령의 다큐사진가가 근작전을 한다. ‘저녁에’란 제목을 붙여 9월27일부터 12월6일까지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02-418-1315)에서 열리는 강운구의 개인전이다. ‘마을 삼부작’ 이후 7년 만에 차린 전시에 113점이나 되는 근작 사진들을 쏟아놓았다. ‘흙과 땅’ ‘연속사진’ ‘그림자’의 삼부작으로 나뉜 작품들은 땅·흙에 새겨진 인간과 노동의 흔적들을 밀도감 있게 표현한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든 아날로그 프린트의 정교한 화면 속에 촌부와 논, 돌과 생명의 그림자들이 올올이 서려 있다. 사진집 (열화당)도 나왔다. 02-418-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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