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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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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땐 쇼를 만들라

등록 2008-01-11 00:00 수정 2020-05-03 04:25

의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

▣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9·11 테러가 뉴욕을 휩쓴 뒤, 브로드웨이 극장가는 온통 코미디 일색이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는 것처럼, 우울하고 충격적인 일이 많을수록 무대에는 희극들이 넘쳐난다. 사람들이 웃음과 희망을 원하기 때문이다.

(Producers)는 이 시기에 전대미문의 흥행을 기록한 대표적 코미디 뮤지컬이다. 실패한 공연에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음에 착안해, 대규모 투자금을 착복하기 위해 일부러 작품을 실패시키려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는 기상천외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한 쇼 프로듀서로 다시 태어난다는 해피엔딩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노래 가사 하나하나에도 웃음이 담겨 배꼽을 잡게 하는데, “쇼 프로듀서가 되어서 토할 때까지 샴페인을 마시고, 늘 일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싶다”는 노랫말은 일상을 탈출하고픈 보통 사람들의 꿈을 살짝 자극하기도 해 인상적이다. 풍자와 해학은 우리 선조들도 즐기던 현실 극복의 방법이었다. 우리 뮤지컬 무대에서도 만나보고 싶은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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