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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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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식물이 객석을 덮치다

등록 2008-01-18 00:00 수정 2020-05-03 04:25

의 ‘먹이를 줘’

▣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무대 위 세상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솜사탕 같은 사랑담보다 엽기나 컬트가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등의 작사·작곡가로 유명한 하워드 애슈먼과 앨런 멘켄이 무명 시절 만든 뮤지컬 (Little Shop of Horrors)는 그래서 볼 만한 작품이다. 착한 꽃가게 점원 시모어의 따분한 일상에 찾아온 별난 존재, 오드리 2는 사실 피를 먹고 자라는 식물이다. 극이 전개됨에 따라 점점 몸집도 불어나는데, 급기야 배가 고프니 피를 더 달라는 말문까지 터트리며 섬뜩하게 만든다.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시모어에게 오드리 2가 부르는 노래 ‘먹이를 줘’(Feed me)는 엽기 컬트다운 일탈의 재미가 담겨 있어 흥미로운 뮤지컬 넘버다. 극의 마지막에선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몸집이 불어난 흡혈식물이 객석까지 덮치는 마지막 서비스(?)도 놓치지 않는다. 발칙한 상상의 즐거움이야말로 무대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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