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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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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인의 눈물이 우릴 비추네

등록 2007-12-28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 의 ‘난 아직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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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관객이 숨을 멈춘 것 같은 때가 있다. (Miss Saigon)의 ‘난 아직 믿어요’(I Still Believe)가 그렇다. 베트남전이 있던 70년대, 사이공의 한 선술집에서 미군 병사와 베트남 여인이 사랑에 빠졌지만, 전쟁통에 생이별을 맞는다. 몇 년 뒤, 여인은 공산화된 베트남에서 혼혈아를 돌보며 미군 병사가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라 노래한다. 하지만 2절을 부르는 것은 또 다른 미국 여인이다. 연인의 생사를 모르던 병사는 새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운명의 장난 같은 이야기에 관객은 숨죽여 눈물짓고 만다. 뮤지컬 넘버가 감동적인 이유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이 남긴 것은 국가적 손실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상처가 더 깊었다. 뮤지컬에는 공산화된 베트남을 떠나 망망대해로 엑소더스를 펼치던 보트 피플도 등장한다. 지금도 북녘 동포의 인권 문제가 풀리지 않는 과제로 남아 있는 우리에겐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무대 위 역사의 흔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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