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올 때 보았네
이윤기 지음, 비채(02-734-0022) 펴냄, 1만2천원
이윤기가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에세이를 모았다. 에 연재했던 ‘종이비행기47’의 글도 포함돼 있다. 제목은 고은의 시 ‘그 꽃’에서 왔다. 책머리에 있는 시는 이렇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말과 글, 책을 통찰하고(1부) 환경과 평화, 일본 사람을 만나고(2부), 베트남을 찾고(3부), ‘오이코스’에서 농사지으며(4부) 사는 일상의 갈피(5부)를 단상으로 엮었다.
황우석 신화와 대한민국 과학
김근배 지음, 역사비평사(02-741-6127) 펴냄, 1만7천원
황우석 사태를 과학계와 사회의 네트워크라는 중층적 시각으로 다룬 르포. 사태의 전개 과정을 정리하고 관련 자료들을 분석한 위에 새로운 사실도 알려준다. 황우석은 개, 늑대, 산양 등도 복제를 했는데 언론에는 호랑이 복제만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황씨는 언론에 “배반포 성공” “이식하면 복제 호랑이 탄생”을 흘리고, 언론은 “새해에 백두산 호랑이 태어난다”라고 썼다. 사실 호랑이 연구는 과학잡지에 발표되지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도 못했다. 그의 정치적 수사학의 발전 과정이 적나라하다.
황금노트북
도리스 레싱 지음, 안재연·이은정 옮김, 뿔(02-334-7244) 펴냄, 1만3천원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도리스 레싱의 대표작이 재출간됐다. 안나 울프는 광기에 가까운 분열을 겪는 여성 작가다. 안나는 버지니아 울프가 ‘경제적 독립’을 이뤄낸 것 같은 여성이다. 안나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의 사랑을 그린 로 큰 성공을 거두는데, 그녀는 ‘붕괴’ ‘분열’된 내면과 세계에서 흔들린다. 그녀는 정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검은색,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의 노트에 자신을 기록한다.
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
이옥순 외 지음, 삼인(02-322-1846) 펴냄, 1만9800원
교과서에 담긴 ‘세계’는 세계가 아니다. 전근대 부분은 중국과 유럽이, 근대와 현대 부분은 아시아(중앙·유라시아 제외)와 미국·유럽이 온통 장악하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는 한 단원도 독립해 차지하지 못하고, 중앙·유라시아와 오세아니아는 아예 교과서 본문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한국의 보통 사람들에게 ‘세계’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동북아시아가 거의 전부다. 오류와 편견을 바로잡을 때 진정한 세계와 만날 수 있다.
퀴즈쇼
김영하 지음, 문학동네(031-955-8865) 펴냄, 1만1천원
1980년생, 이른바 ‘88만원 세대’에 관한 소설이다. 광주 민주화운동 해에 태어나 컬러TV로 프로야구를 보며 자라고 서태지에 열광한 세대의 눈으로 세상을 조망했다. 외할머니와 함께 자라던 민수는 외할머니가 죽으면서 거액의 빚을 안고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그는 1.5평 고시원의 방을 고르는 과정에서 창문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를 선택한다. 그리고 인터넷 채팅 ‘퀴즈방’에 참여하면서 TV 퀴즈쇼 구성작가와 사랑에 빠진다.
자유의 교육학
파울로 프레이리 지음, 사람대사람 옮김, 아침이슬(02-332-6106) 펴냄, 1만3천원
의 저자 프레이리의 마지막 저서. 신자유주의는 이 시대 가장 지배적인 형태의 ‘숙명론’이다. 실업이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믿게 만들고, 사회·역사적 현실과 문화적 현실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교육마저도 신자유주의의 숙명론에 종속된다. 학생을 바뀔 수 없는 것에 적응시키는 행위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엄격한 ‘윤리’ 교육을 말한다. ‘윤리’란 개입하고, 비교·판단·결정하는 적극적인 능력이다.
100년 동안의 거짓말
랜덜 피츠제럴드 지음, 신현승 옮김, 시공사(02-2046-2845) 펴냄, 1만6천원
합성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한다. 저자가 대상으로 삼은 물질은 식수, 인공 감미료, 백신 등 실험실에서 만든 모든 합성 화학물질이다. 1906년 ‘안전하지 않은 않은 식품이나 약품의 유통을 금지’하는 순정식약품법이 미국을 통과했다. 안전장치가 생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0만 종의 화학물질, 미국의 대형마트에 판매되는 약 30만 종의 식품과 생활용품, 약 20만 종의 의약품 모두를 검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검사가 위험물질을 걸러낸다는 착각은 100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시나리오 마스터
데이비드 하워드 지음, 심산스쿨 옮김, 한겨레출판(02-6383-1609) 펴냄, 1만8천원
의 후속작이자 심화 완결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집을 짓는 것이다. 철골을 조립하는 등의 기계적인 과정으로 그치면 안 된다.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고 무언가를 요구하는 ‘유기체’로서의 스토리를 이해해야 한다.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여기저기서 모아온 뼈와 신체조각을 맞춰 생명을 깃들이는 것이다. 뼈와 신체조각을 낱낱이 분석한 뒤 바느질하는 작업을 장장 500페이지에 걸쳐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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