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위생소녀 ㅅ양은 섹스 뒤 바로 목욕탕으로 달려간다. 질외사정을 주로 하는데, 찝찝해서 씻지 않으면 누워 있을 수가 없단다. 그의 파트너는 좀더 껴안고 뒹굴고 싶어하지만 여의치가 않다. ㅅ양의 고민은 씻지 않고도 깔끔한 상태에서 후희를 만끽할 방법은 없느냐이다.
그녀의 위생정신은 임신공포증에서 나왔다. 씻지 않으면 왠지 흘러들어갈까봐. 여보세요. 그렇게 목놓아 외쳤건만, 질외사정은 피임이 아니라니깐. 사정 전에도 무려 수백만 마리의 정자가 나올 수 있다고. ㅅ양은 임신도 두렵지만 타이밍이 중요한데 콘돔을 끼고 어쩌고 하면 맥이 빠질까봐 더 두렵단다.
디저트가 빠지면 식사가 끝난 게 아니다. 맛이나 서비스가 형편없더라도 디저트가 훌륭하면 어지간한 불평불만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디저트는 보통 천천히 먹는다. 배가 고파 먹는 게 아니니까. 그게 예의이다. 아무리 미풍양속이 땅에 떨어졌어도 지킬 건 지켜줘야지.
그 남자는 사실 메인 코스는 별 볼일 없다. 애피타이저도 마찬가지다. 징징대고 졸라대 귀찮아서 해주게 만든다. 그럼 허둥대다 지 혼자 끝낸다. 그런 실력으로도 파트너가 없었던 적이 없는 비결은, 그의 놀라운 입에 달렸다. 후희를 거의 입으로 다 때운다. “해거름 강화 벌판에 두 팔 벌리고 서서 바람을 맞는 기분이었다”거나 “네 몸은 빨대, 난 요구르트”라거나. 아예 시를 써요. 대충 차려준 밥상인데 재료부터 요리 방법, 양념, 그릇까지 고루 품평하며 마지막에는 감사의 말씀을 잊지 않는 이를 어찌 나무랄 수 있으리.
반면 다른 남자는 메인 코스는 괜찮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안 하면 세상 끝날 것처럼 비관하다가, 하고 나면 휴대전화부터 본다. 상대의 체온이 아직 내리지 않았는데 머리 빗고 옷을 입고 가방 메고 인사까지 하는 자, 후희하지 않다가 후회한다.
후희는 제각각이다. 자세를 바꿔 짧고 격렬한 섹스를 한 번 더 한다는 이들도 있지만 이런 파트너십을 유지하기란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므로 큰 욕심 내지 말자. 머리를 빗겨주거나 등 긁어주는 게 좋다는 사람(좀 씻고 살아라), 몸을 포개 업드려 있는 게 좋다는 사람(몸무게 비율이 맞나 보지?), 가만히 누워 손 잡고 얘기하며 땀 식히는 게 좋다는 사람(음, 너 맘에 든다. 내가 왜 이렇게 비뚤어졌지?) 등등 취향에 따라 다르다.
한 외계인 커플은 콘돔을 끼며 전희를 만끽한다. 보통 여자가 남자의 허벅지와 사타구니가 접히는 부위를 깨물면서 느리게 끼고 남자는 조건반사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여자도 많이 젖는다. 후희 때는 주로 남자가 여자의 몸 구석구석을 만진다. 쾌락과 고통은 한끝 차이라는데, 격렬한 섹스 뒤에는 통증이 따른다. 애무만 한 약손이 없다. 촉각을 활성화하면 통각이 줄어든다. 대화도 중요하다. 다정한 눈길과 말은 감정 중추인 변연계를 자극해 엔도르핀 같은 진통 완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커플은 이러다 번번이 다시 코스를 돈다. 꼬박 하루 반 동안 섹스만 한 일도 있다고 한다. 멀티플 오르가슴은 뿌린 대로 거두는 것 같다.
지구인 위생소녀 ㅅ양은 물수건을 준비하든지, 콘돔 실천을 생활화하라. 아니면 아예 목욕탕에서 하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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