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낙랑 십팔 세 시절부터 오빠들만 만나더니, 30대 후반을 달리는 지금도 그녀는 아저씨들하고만 잔다. 그 나이에 대학 신입생처럼 차려입고서 말이다.
‘롤리타’ 하면, 재능과 배경에 견줘 지배 욕구가 강한 소녀들을 떠올리기 쉽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스캔들의 주인공들이 주로 그랬다. 팽팽한 피부와 철딱서니 없는 욕망을 무기로 삼는 건 같지만, 그냥 롤리타와 진짜 롤리타 사이엔 중대한 차이가 있다.
‘진짜 롤리타’는 상대의 사회적 지위나 권력이나 돈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앞서 그녀도 그렇다. 최소 열세 살은 많고 돈은 당연히 없고 행색도 꾀죄죄한 자유직업 종사자들이 그녀의 역대 파트너였다. 골라도 골라도 어쩜 그렇게 고루 안 갖춘 이들만 고르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이유는 간단했다. “착하잖아.” 말하자면 그녀는 ‘아씨’가 되고 싶은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을 ‘아씨’로 여겨주는 상대에게 반하는 모양이다.
최근 누군가와 헤어지려다 실패했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새로 사귀는 것보다 익숙한 관계를 접는 게 훨씬 더 힘들다. 내가 바뀌었나? 그러고 보니 잠자리도 늘 하는 사람하고만 한다. 세림장과 북악파크텔에 가본 게 언제였더라. 말하자면 나는 ‘보수 인사’가 돼가고 있다구. 익숙한 건 지겹지만, 편하다. 배에 힘주지 않아도 되고, 하고 싶을 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고 하기 싫을 때 하기 싫다고 할 수 있다. 홍길동도 제대로 하고 살았다면, 집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나의 이별 결정을 가까운 인사 두 명이 지지해줬다. 이들은 곧 이어진 번복도 지지해줬다. 측근 둘이 받쳐주면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법이다. 좌아무개, 우아무개 이런 말이 왜 나왔겠는가. 단 한 명의 지지도 없이 사는 이들을 생각하면…, 착하게 살아야지. 맞춤형 심리상담을 하는 분 얘기가, 고객이 결과보고서를 들고 집에 가면 배우자로부터 “내가 만날 하는 얘기잖아. 그걸 꼭 돈 들여 밖에다 물어봐야 해?”라는 답변을 듣기 일쑤란다. 하지만 상대를 잘 아는 것과 상대의 지지대가 돼주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최근 들었던 가장 멋진 말은 “당신 결정이 늘 옳아”였다. 마음이 두리번거릴 때, 확신이 없을 때, 천군만마를 얻은 것보다 힘이 되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 칼럼에서 고찰했던 난년난놈들은 사람을 사귈 때도, 부릴 때도 이런 말을 적절하게 사용했던 것 같다. 칭찬은 김 내관도 발기시키는 법이다. 결국 우리 모두의 이상형은 하나다. 나를 이상형으로 생각해주는 사람.
섹스 칼럼을 쓰는 것은 독자들과 섹스하는 기분이다. 환상이 깨지면 안 되니 어디에도 사진을 내지 말라고 간곡한 메일을 보내주신 아저씨(처음에는 신비주의 전략을 권유하시는 줄 알았다, 쩝), 원만한 성생활에 도움이 됐노라며 설을 앞두고 일제 콘돔 한 박스를 보내준 아가씨(언니, 그래도 콘돔은 메이드 인 코리아예요), 이 칼럼만 읽으신다는 일부 광고주들께(저, 선생님들, 기사도 야하고 자극적인 거 ‘디따’ 많아요) 각별한 고마움을 전한다.
사주명리학자가 나보고 ‘2009년께 부부 자리가 들썩인다’고 했다. 새 인연이 만나진다는 뜻이다. 부부 자리가 들썩이든, 부부 자리 들썩이게 하든, 몸 만들 때가 된 것 같다. 현장성 있는 칼럼을 위한 것이니, 부디 양해해주시길. 꼴리면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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