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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섹스나 한번…

등록 2007-10-19 00:00 수정 2020-05-03 04:25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어떤 정중한 메일의 말미에 나도 모르게 “그럼 건강하시고요, 언제 시간 되면 섹스나 한번…”이라고 썼다가 화들짝 놀라 고쳤다. 에이구머니.
섹스가 소통의 최고 경지라는 것에 거의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문제는 일군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소통할 상대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간통죄에 대해 다시 말이 나왔다. 현직 판사가 “간통죄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면서다. 헌법재판소는 1990년, 1993년, 2001년에 이어 네 번째로 간통죄가 위헌이냐 아니냐 따지게 됐다. 누군가는 1930년대 경성의 날라리 언니들이 주창한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는 불후의 명언을 따 “간통을 허하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으아, 뭘 허락까지 받아요. 그냥 하면 되지.

우리처럼 간통죄가 존속하는 대만에서 최근 한 ‘얌전한’ 30대 주부가 5명의 남성과 바람을 피우고 이를 세세히 8권의 일기에 담았다가 남편한테 들켜 화제가 됐다. 대학생, 은행원, 버스 기사, 심지어 경찰서에 가정폭력 신고를 하러 갔다가 만난 경찰과도 ‘대담한 애정행각’을 벌였다는데. 남편의 고소에 검찰은 일기만으로는 증거가 안 된다며 이 주부를 약식기소했다. 딱한 것은 남편이다. 그는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고 한다. 가정폭력 얘기가 나온 걸 보아 남편도 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은 아닐 것 같은데(그나저나 그녀는 어떻게 5명과의 얘기로 일기 8권을 다 채울 수 있었을까? 아무래도 디테일로 승부를 한 모양이다).

물론 모든 간통이 집안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바람은 바람이다. 때론 별 이유 없이 불기도 한다. 떨고 있는 당신, 걱정 마시라. 우리가 뭘 했기에. 좀 진하게 대화한 것뿐이잖아, 안 그래?

정작 부조리한 것은, 애인에게는 배우자와의 성생활을 얘기하면서 배우자에게는 애인과의 성생활을 얘기하기 힘들다는 거.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얘기가 있다는 거다. 그 가까움이 법으로 규정돼서일까? 얼마 전에 만난 어떤 아저씨는 다른 이와 관계한 것을 와이프에게 얘기한다고 했다. 세상에는 여러 유형의 섹슈얼한 파트너십이 있지만 나는 스쳐 지나가는 바람까지 얘기할 파트너십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기엔 너무 바쁘고 말고.

지난해 초 취재차 신년운수를 봤다. 사주명리학자가 내게 이랬다. “끙, 3년 뒤에 부부 자리가 들썩이겠어.” 많은 상념이 떠올랐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제가 뭐 할 말이 있겠습니까. 견디어야죠”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분 왈. “아니, 남자 말고 너, 너가 또 문제라구.”

6년 전 간통죄 논란 당시 아예 기자가 직접 간통을 해서 붙잡혀보는 게 어떻겠냐며 모두가 나를 지목해 ‘기자가 뛰어든 세상’ 쓰기를 독려했다. 이 땅의 법이 제대로 서는 그날을 위해 기꺼이 이 한 몸 바치려 했으나, 벽에 부딪혔다. 같이 몸 바쳐줄 상대, 아니 그의 법적 파트너가 걸렸다. 당시 나를 포함해 아무도 내 파트너를 염려하지 않았던 것은 두고두고 미스터리다. 몇 년째 제목만 있는 미완의 기사는 이름하여 ‘섈 위 간통’. 취재는 진작에 마무리됐는… 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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