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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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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와 키스를

등록 2008-03-14 00:00 수정 2020-05-03 04:25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마른 애들은 어떻게 할까 항상 궁금했다. 아프지 않을까? 혼자 자도 다리에 쿠션을 받치는 게 좋듯이, 둘이 엉겨 잘 때도 푹신한 상대가 좋지 않을까? 내 이상형이 ‘곰돌이 푸우’(최근 다크호스로 등장한 오동통 ‘레고 소년’과 경합 중)인 것은 내 몸이 원해서라니깐. 몸이 원하면 마음도 따라가게 돼 있다.

언젠가 ‘푸우’와 할 날을 꿈꾸며 비교적 해피한 섹스 라이프를 구축해왔다고 자부했건만, 최근 젖먹이보다 더 큰 장벽에 부딪혔으니, 내 몸속 지방들이다. 옷맵시가 없어지는 것은 감내한다 해도 성욕마저 감퇴하는 것은… 빨간등이다. 이 칼럼을 로 확대·승화해 떼돈을 벌 원대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지경이다. 현장감이 떨어지는 글은 안 팔리잖아.

확실히 몸이 마음을 지배한다. 요즘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는 날은 허리가 아플 때다. 그리 격하지 않은 ‘선교사 체위’가 좋은 것 같다. 섹스를 할 때 뇌에서는 엔도르핀 같은 천연 진통제가 다량 분비돼, 요통, 관절염, 목·어깨 통증 등을 6시간 정도는 거뜬히 잊게 한단다. 게다가 편히 누워 받는 전신 마사지의 효과란… 흐미(자기 나 사랑하지?). 이건 다 내가 “자연의 일부인” 땅을, 아니 책을 사랑해서다. 이유명호 한의사의 책을 보면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손이 자유로워진 것은 좋지만 몸을 지탱하느라 허리와 골반에 무리가 간다. 섹스를 하면 이 골반에 순환이 원활해지고 울혈이 풀린다”고 나와 있다.

방바닥과 유독 가까운 이들에게 반가운 질문. 방바닥에서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은? 섹스다. 직접적인 성교만 효과가 있나? 아니다. 섹스는 사실 뇌로 한다. 오르가슴도 뇌에서 느끼는 것이다. 뇌가 기쁘면 온몸에 활력이 돈다. 100m 달리기가 안 부럽다. 파트너가 없다고? 자위 예찬론자들의 금과옥조를 참고하길. 바쁘고 외롭고 고독한 현대인에게 자위는 필수이다. 생각해보니 직립보행자로서의 책무이기도 한 것 같다.

섹스는 다이어트에도 좋다. 배가 고프면 더 꼴리고, 하고 나면 만복감이 생긴다. 거꾸로 너무 많이 먹으면 하기 싫어진다. 뇌 속 ‘성욕 중추’와 ‘식욕 중추’가 아주 가깝게 붙어 있어서다. 그러니 냉장고를 노려보거나 칼로리를 외우는 대신, 섹스를 하길. 파트너가 뚱뚱하다고 무시하는 당신, 죽을래? 아니아니, 더욱 사랑하세요. 다이어트를 하는 이가 격려와 칭찬, 키스를 받으면 그렇지 않은 이보다 무려 57%나 잘한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답니다. 사랑의 감정만으로 각종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살이 빠진다는 보고도 있다(내 파트너가 나날이 마른다며 그만 부려먹으라고 째려보는 친구야, 그는 사랑을 먹고 산다니깐).

시도 때도 없이 하기에 섹스는 절차가 좀 복잡하다고? 그럼 키스를 하길. 가슴이 두근두근 얼굴이 화끈화끈, 혈액순환과 노폐물 배출이 잘되는 것은 기본, 아픔을 잊게 하고 면역기능도 높여준다. 모르핀보다 200배 강한 천연 진통제가 분비되고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는 막는다. 키스는 특히 입으로 하는 것이라 배고픔을 잊게 하고 참을성과 의욕도 넘치게 한다는데. 스트레스 풀려고 오늘도 초콜릿이나 건빵을 집어먹는 당신, 차라리 옆 자리 동료와 키스를 하세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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