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생각들이 모여 있지만 위험도는 낮은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거물 과학자들의 이름이 줄줄이 박힌 책의 엮은이로 ‘존 브록만’이라는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다. 존 브록만은 과학자들을 데리고 재미있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그는 과학자들의 에이전시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브록만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50년의 미래를 내다본 , 과학자가 된 계기를 다룬 , 제목 그대로인 가 그렇다. 그는 과학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큰손’이다. 그의 또 다른 ‘걸작’ 중 하나가 에지재단(www.edge.org)이다. 새로운 지식 공동체인 이곳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올리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대해서 코멘트를 한다. 이곳에서는 매년 초 ‘세계질문센터’라는 특집을 발행한다. 2006년의 질문은 스티븐 핑커가 했다. “당신에게 사회적, 윤리적, 정서적으로 위험한 생각은 무엇인가? 과학적으로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과학적으로 올바르기 때문에 위험한 생각은 어떤 것이 있는가?”
좋은 질문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생산해내는지를 (이영기 옮김, 갤리온 펴냄)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은 이 질문에 대한 과학자 110명의 생각을 모았다. 몇 줄에 불과한 글도 있지만 대부분 2~4페이지로 깔끔하게 자신의 생각을 요약해서 들려준다.
세계적인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범죄자가 아니라, 범죄자의 유전자를 벌하라”고 말한다. 얼핏 황당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럴듯하다. 그는 인간을 벌하는 것은 베이절 폴티(영국 시트콤 주인공)의 다음 행동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폴티는 자동차가 고장나자 “셋 셀 때까지 기회를 주겠어”라고 말한 뒤, 차가 꿈쩍을 않자 “좋아! 난 너에게 분명히 경고했어. 네가 무덤을 판 거야!”라며 차를 몽둥이질하기 시작한다. 그는 “왜 범죄자 자신이 아니라 범죄에 이르게 된 생리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따져보자는 견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가?”라고 질문한다. 다른 방식이지만 행동에 사람은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또 다른 글도 있다. 앤디 클라크는 “머릿속에는 영리한 좀비가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무의식의 연구 결과 “삶과 일의 과정에서 내가 결정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결정되며 그 결정 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하찮은 신호”라고 말한다. 우리 머릿속의 영리한 좀비가 일을 하고는 나중에 우리는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리처드 니스벳도 ‘인지 부조화’를 들어 비슷한 생각을 피력한다. 사람들은 이유가 있어서 행동을 하기보다는 행동을 한 뒤에 이유를 댄다. “내가 왜 이랬지?”라는 질문에 대해서 나는 나를 관찰한 사람보다 더 모른다. 필립 잠바도는 악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영웅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보통 사람이고 평균적인 사람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잠바도는 스탠퍼드 감옥 실험을 한 사람이다). 평범한 개인이 순식간에 악행을 범하는 사람으로 변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상황적인 힘이나 시스템의 힘이 우리를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어떻게 하면 그 힘들을 억제하고 예방할 수 있는지, 그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위험한 생각은 극단적으로 반대인 생각들의 묶음이기도 하다. 로드니 브룩스는 “우리는 우주에 홀로 존재한다”가 위험하다고 하고, 로버트 샤피로는 “우리는 우주의 유일한 생명체가 아니다”가 위험하다고 말한다. 데이비드 리켄은 미국 대법원이 부모 면허제도 법률을 승인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와 폭력 범죄율의 높은 상관관계에서 보듯 부모의 역할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유전적인 요인을 제외하면 부모가 자식의 인격, 지능, 행동방식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로라고 말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자유시장은 위험하다고 말하고, 매트 리들리는 정부가 위험한 장난감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110가지의 위험한 생각들을 모아놓았는데 위험도가 높아지기는커녕 점점 낮아지는 것이다. 거기다 생각이 위험해봐야 얼마나 위험하겠는가. 이런 생각이 위험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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