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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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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외

등록 2007-08-24 00:00 수정 2020-05-03 04:25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강신주 지음, 그린비(02-702-2717) 펴냄, 1만4900원

세속을 초월한 신선 정도로 알려진 장자는 사실 현실에 뿌리박은 사상가였다. 갈등이 만연한 춘추전국 시대, 그는 타자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의 권력 강화를 내세운 당시의 제자백가들과는 전혀 다른 사유였다. ‘차이’와 ‘소통’ 그리고 ‘연대’는 장자에게서 정치철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실천 개념이다. 저자는 의 유명한 우화들을 현대철학의 개념으로 분석하면서 이 개념을 설명한다.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

홍은택 지음, 한겨레출판(02-6383-1608) 펴냄, 1만3천원

자전거를 타고 아메리카를 횡단했던 홍은택이 서울로 돌아왔다. 미답의 길들을 쌩하고 달렸던 자전거는 이제 그의 출근길에 따라붙었다. 그 길은 쭉 뻗어 있지도 않고 매일 지겹도록 반복된다. 하지만 자전거에서 세상을 보니 그전과 달랐다. 40년간 살아온 도시인데 말이다. 그래서 “일상의 여행” “출발지와 종착지는 같지만 매일 새로운 여행”이 시작됐다. 대기오염, 맨홀의 발견, 자동차족의 탄압…. 자전거 라이더의 관점에서 새롭게 서울이 보인다.

교양, 모든 것의 시작

서경식·노마 필드·가토 슈이치 지음, 이목 옮김, 노마드북스(02-3143-5805) 펴냄, 1만2천원

2003년 교토경제대학은 서경식 교수 초대로 가토 슈이치, 노마 필드 교수가 함께 ‘교양의 재생을 위하여’라는 특별강연회를 개최했는데, 책은 그 결과물이다. 노마 필드 교수는 부재한 인문교양의 대표적인 결과가 전쟁이라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미국을 든다. 서경식은 프리모 레비의 예를 들어 교양이 삶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프리모 레비가 자살을 택한 것은 사회가 기계화·야만화돼가기 때문이었다.

지도박물관

존 클라크 외 지음, 김성은 옮김, 웅진지식하우스(02-3670-1554) 펴냄, 2만원

지도는 권력의 응축이다. 한-일 간 동해, 일본해 지명 표기 문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제국주의자는 식민지 지배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제일 먼저 지도를 제작했고, 지도를 통해 전쟁을 정당화했다. 지도는 한 장짜리 역사책이다. 지리적 정보라는 단순하고 고유한 기능과 역할 외에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있다. 책은 수메르 문명 지도, 콜레라 지도, 고래 분포도, 서구 도시 지도, 최근의 쓰나미 지도 등 역사에서 중요한 100가지 지도를 선정해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살핀다.

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

류헝 지음, 홍순도 옮김, 비채(02-734-0022) 펴냄, 9800원

중국 문단의 대표적 중견 작가 류헝의 대표 단편을 모았다. 류헝은 최근 중국작가협회총회에서 부주석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21세기 중국의 신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집으로 참혹하고 비극적인 인간 군상을 군더더기 없이 묘사한다. ‘빌어먹을 식량’에서 싱화는 곡식 200근에 남자한테 팔려간다. 한평생 식량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던 그는 결국 식량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다.

몸살

한승오 지음, 강(02-325-9566) 펴냄, 1만원

저자는 7년 전 충남 홍성에 내려가 비어 있는 농가에 정착했다. 2004년 펴낸 는 시작하는 이야기다. 이번에 나온 은 농사를 지은 두 해의 기록이다. 땅이 그를 받아주고는 그에게 안겨준 것은 몸살이었다. 모를 내면 모는 며칠 누렇게 몸살을 앓고, 지친 그의 몸에 그 몸살이 옮아온다. 그는 귀농, 생태주의, 무공해, 웰빙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트랙터 말고 경운기로, 농약 없이 논농사를 짓는 그저 ‘평범한’ 농사꾼이 되려고 한다.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

애니 체니 지음, 임유진 옮김, 알마(031-955-7973) 펴냄, 1만2천원

머리는 550~900달러이다. 그런데 뇌 없는 머리는 500~900달러이고, 뇌는 500~600달러에 팔린다. 신선한 상태로 냉각됐을 때의 가격이다. 확실히 부위별로 파는 것이 이득이다. 시체 부위를 다루는 일은 미국에서 꽤 큰 규모의 산업이다. 1990년대 후반 2억달러 규모였던 시장은 현재 10억달러에 이른다. 의약회사들도 의료기구를 개발하는 데 시체에 크게 의존한다. 이 ‘성장일로’ 산업의 끔찍함을 보라.

박정희와 개발독재 시대

조희연 지음, 역사비평사(02-741-6127) 펴냄, 1만2천원

역사문제연구소는 한국 근현대사의 큰 흐름을 20권으로 정리해 ‘20세기 한국사 시리즈’를 펴낸다. 2010년 완간할 예정이며 개항기부터 전두환 시대까지, 북한사까지 아우른다. 책은 함께 출간된 과 함께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다. 박정희 시대를 몸으로 겪은 저자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총체적 시각으로 박정희 시대를 바라보고자 한다. 박정희 개인의 문제를 환원하지 않고 체제를 움직인 복잡한 동학을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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