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이 작업한 아트카를 몰고 온 ‘BMW 아트카 인 서울’전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문제없어요. 비행기표 보내주면 달려갈 겁니다.”
1979년 미국 팝아트 예술가 앤디 워홀은 독일 뮌헨에 본사가 있는 자동차 브랜드 BMW 쪽에 이런 답신을 보냈다. 예술차(아트카)를 만들어달라는 뜻밖의 제안을 받은 뒤였다. 곧장 비행기표를 받아 뮌헨으로 날아간 그는 직접 대형 붓을 들고 차 곳곳을 춤추듯 마구 붓칠했다. 폴록의 액션페인팅 그림처럼 강렬한 주황빛, 푸른빛 물감들을 진지한 표정으로 차체에 뒤발했다.

그러고 나서 차 위에 굵은 쇠막대 같은 것으로 찍찍 잔선들을 그어댄 뒤 뒤꽁무니 범퍼에 낙서하듯 서명했다. 얼핏 장난같이 작업한 이 차는 28년이 지난 지금 100억원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아트카 가운데 하나다(물론 경주대회에도 참여했다). 워홀은 말했다. “자동차의 속도에 대한 화려한 묘사를 담아내고자 했다. 차가 빠르게 움직이면 모든 윤곽과 색상은 흐릿해질 것이다.”
방방 뜨는 ‘날라리 거장’의 몸짓, 필력이 묻어 있는 이 아트카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전시장에 들어왔다. 다른 아트카 3대도 같이 왔다. 워홀의 팝아트 동료인 리히텐슈타인, 쓰레기 고철로 우아한 미술품을 만드는 프랭크 스텔라,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자연의 원시적 색채, 동물들을 그리는 켄 돈이 그린 아트카들이다. BMW코리아가 가나아트갤러리와 손잡고 5월6일까지 홍보용 기획전으로 마련한 ‘BMW 아트카 인 서울’전이다. 아트카 옆에는 각 작가의 그림이 내걸렸다. 워홀의 유명한 마릴린 먼로 그림, 스텔라는 찌그러진 강철 조형물, 리히텐슈타인은 특유의 망점 인쇄그림이다. ‘설계도’란 설명대로 작은 격자로 촘촘히 채워진 스텔라의 아트카, 앵무새·비늘돔의 화려한 이미지를 재현한 켄 돈의 작업들도 다가온다. 자본과 예술의 만남이 일상사가 된 21세기에 이들 아트카는 마치 고전시대의 예술품처럼 비치는 아이러니를 선사한다. 02-720-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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