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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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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 삶과 죽음의 극렬한 만남, 굿판을 벌여라

등록 2007-02-09 00:00 수정 2020-05-03 04:24

펴낸 사진가 김수남씨 1주기 추모 유작전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아마 삶과 죽음, 고통과 환희… 이런 것들을 가장 극렬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굿판일 게다. 어차피 사회와 시대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는, 그래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변해버린 나의 신앙체계, 이것을 찍으며 하나의 증언, 하나의 기록이 될 수 있기를 꿈꾸었다.’ 지난해 2월4일 타이 치앙라이에서 소수민족 리수족의 신년행사를 취재하다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사진가 김수남씨가 (1983)을 펴내며 쓴 글이다.

일찍이 새마을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미신 타파를 내세워 무속 현장이 짓밟히는 현장을 기록한 사진가. 그가 펴낸 시리즈 20권은 한국의 굿에 관련된 귀중한 현장 자료로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1990년대부터 아시아 곳곳의 전통문화 현장을 누비며 쓰러지는 날까지 필름에 원형을 담으려고 했다. 그의 1주기에 학계·문화계 인사들이 뜻을 모아 추모 유작전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전통문화와 사진예술 세계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대표작과 함께 타이의 작업 현장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촬영했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한낱 미신으로 치부돼 버림받아야 했던 굿 문화가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도록 한 그의 공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더불어 아시아 각국의 오지에서 촬영한 소수민족의 삶과 문화는 인류학적 보고서로서의 가치도 인정받을 만하다.

더불어 전시회장이 굿판으로 바뀌기도 한다. 전시 기간에 고인을 추모하는 굿 공연이 열린다. 인간문화재 김금화씨를 비롯해 생전에 돈독한 관계에 있던 김운선·이귀인·이상순씨 등이 진짜 넋굿을 펼치는 것이다. 여기에 지성자씨의 가야금 연주와 이애주씨의 넋살풀이춤도 볼 수 있다. 고 김수남씨가 촬영한 사진 속에 있는 만신과 명인이 액자 밖으로 나와 공연을 하는 셈이다. 2월7~20일, 서울 인사아트센터,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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