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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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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추월하는 그날까지 운전해~

등록 2006-09-02 00:00 수정 2020-05-03 04:24

양강구도의 개그 프로그램 시장에 파란을 예고하는 문화방송 …정통 코미디 명가 MBC의 검게 탄 속내, 마침내 웃음이 돌기 시작하는가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3.3 6.1 9.8

신종 ‘369 게임’이냐고? 아니다. 에나 등장할 법한 미스터리 사건사고의 단서도 아니다. 이 숫자는 문화방송의 개그 프로그램 의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 자료) 발자취다. 아직 채 두 자릿수를 채우지 못한 한 자릿수 시청률이지만, 처럼 시청률 40%대를 넘나드는 시청률계의 ‘우량주’는 아니지만 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이 숫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숫자는 와 의 경쟁 구도에 머물던 개그 프로그램 시장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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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의 시청률에 도전

지난 7월3일 밤 11시, 가 개편과 함께 금요일에서 월요일로 자리를 옮긴다는 기사를 읽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TV 앞에 앉았다. 사실 ‘혹시나’ 하는 마음보다 ‘나라도 봐야지’라는 마음이 더 컸다. 다음날 시청률 경쟁에서 참패할 것이 뻔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월요일 밤 11시는 ‘ 하는 시간’이다. 신문에 사생활 기사가 나면 욕하면서도 자기 입으로 사실인지도 의심스러운 지난 사랑 얘기를 늘어놓으며 좋다고 박수치는 두 얼굴 연예인들의 사랑방 SBS 은 2003년 첫 방송을 시작한 뒤 3년 넘게 월요일 밤을 독차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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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결국 한국방송 도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았다.

가 시작했다. 새로운 코너도 추가하고 기존의 코너는 강화했다는 에 대한 소박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무렵, ‘사모님’이 등장했다. ‘컬투’ 정찬우·김태균과 함께 노래도 부르고 쇼프로그램에도 출연했지만 관심을 받지는 못했던 개그우먼 김미려가 숄을 두르고 뒷좌석에 타고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남겨준 땅이 졸지에 금싸라기 땅이 되면서 돈벼락을 맞은 것이 틀림없는, 좋게 말하지면 자수성가한 남편을 둔 사모님으로 변신한 김미려는 현영보다 더 에로틱한 목소리로 “김 기사, 운전해”를 외쳤다. 입질이 왔다. ‘이건 뜬다!’ 다음날 아침, 인터넷에는 ‘사모님’에 대한 평이 속속 올라왔다. 시청률은 6.1%로 나왔다. 지난 2월16일 첫 방송 시청률이던 3.3%의 두배였다.

3%에서 6%로 오기까지 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문화방송이 우여곡절을 겪었다. 문화방송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 옛날 ‘코미디 명가’로 이름을 떨쳤다. 정통 극코미디인 콩트형 코미디로 현재 수많은 쇼프로그램 진행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개그맨, 개그우먼을 배출했다. 는 문화방송 코미디의 자존심이었다. ‘허무개그’ ‘심리개그’ 등으로 개그에 한 획을 긋기도 했다. 그러나 와 등 공개 개그 프로그램의 거친 파도에 자존심을 모두 쓸려보냈다. 지난해 신설한 지 4개월 만에 막을 내린 는 개그와 코미디와 쇼프로그램 사이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문화방송의 검게 탄 속내를 그대로 보여줬다.

‘김 기사’의 책임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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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이 거스를 수 없는 ‘개그’ 대세에 따르기로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시작한 프로그램이 다. 처음에는 한 방 멋지게 뭔가 보여줄 것처럼 요란했던 는 축 처지는 개그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개그로 시청자에게 외면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금요일에서 월요일로 이사도 다녔다. 성장통을 겪으며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한 가 6개월 만에 ‘사모님’으로 드디어 탄력을 받았다. 비록 의 절반을 만들어낸 ‘컬투군단’의 김미려 덕분이지만, 어찌 됐든 ‘사모님’은 “대박 코너 하나만 있어도 먹고산다”는 말을 다시 한 번 확신시켜주기라도 하듯 의 상승세에 큰 구실을 하고 있다. 지난 8월21일 뜨는 해 는 전국 시청률 9.8%, 서울·수도권 시청률 10.7%로 전국 시청률 14.4%의 지는 해 의 왼쪽 발목을 붙잡았다.

두 자릿수 근처까지 왔으니 이제 한 달이나 두 달 뒤에는 12~13%까지도 내다볼 수 있을 것 같다.

구불구불 비포장 도로와 국도를 지나 드디어 고속도로 초입에 들어선 . 지금부터 액셀을 밟고 달려야 하는 고속도로는 비포장 도로보다 더 험난할지도 모른다. 먼저 ‘사모님’의 바통을 이어받을 코너와 사람들 입에 짝 달라붙는 유행어를 만들어야 한다. 출연진의 연기도 더 탄탄해져야 하고, 중간중간 채널 돌아가지 않게 모든 코너의 수준을 고루 맞추는 일도 해내야 한다. 만의 개그 코드 발굴도 시급하다. 이제 막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한 는 이렇게 외친다. “운전해! 쭉~! 다 추월하는 그날까지 운전해!” 김 기사의 책임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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