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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 유럽의 열광, 안은미가 도발한다

등록 2006-05-12 00:00 수정 2020-05-03 04:24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펼쳐질 현대무용 <신 춘향>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유럽 사람들이 나이 든 춘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안은미컴퍼니가 지난 4월 유럽 4개국 8개 도시에서 선보인 현대무용 <신 춘향>에 넋을 잃었던 것이다. 이들이 이도령과 성춘향의 로맨스를 줄줄이 꿰고 있을 리 없었다. 공연 안내책자에 몇 줄 소개된 줄거리를 미처 보지 못한 이들도 거침없이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안은미의 <신 춘향>이 유럽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이유를 국내에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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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초연하는 안은미의 <신 춘향>은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과 안은미컴퍼니가 공동 제작했다. 이번 작품은 2003년 안은미가 무대에 올린 <춘향>과는 전혀 다른 작품으로 탄생했다. 세계음악극 축제의 공식 초청을 받아 제작비까지 지원받은 작품인 만큼 한국 현대무용의 현주소를 확인하면서 미래를 예감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세계 공연예술 시장에 통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는 안은미를 상징하는 표식이라 할 수 있는 빡빡머리와 토플리스(상반신 누드) 등은 도발성에 상품성까지 획득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온통 붉은색으로 도배한 무대에 원색의 보자기로 펼치는 풍경은 절정의 색채 미학으로 손색이 없다. 여기에 15년 넘게 파트너로 함께하는 어어부밴드의 장영규가 요리한 ‘테크노 국악’이 더해진 무대에서 ‘날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미세한 손짓과 발짓도 미학적 구도 아래에 놓여 있다.

우리가 아는 춘향의 줄거리에 원로작가 박용구의 상상력이 가미되기도 했다. 이몽룡과 변학도가 동성애자로 만나는 것이다. 물론 춘향의 꿈 속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고전 춘향전을 21세기 언어로 재해석한 셈이다. 이번 <신 춘향>을 통해 안은미는 ‘동양의 피나 바우슈’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젠 누구와도 구별되는 안은미를 기대해도 될 듯하다. 5월12~14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1544-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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