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민/ <맛에 끌리고 사람에 취하다> 지은이 hakmin8@hanmail.net
‘산사춘’(山寺春)이라는 술이 있다. 한자대로 풀이하자면 ‘산사의 봄’이라는 뜻이니, 고요하고 평화로우면서도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생동하려는 산뜻한 느낌을 준다. 산사춘을 만든 술 회사가 그러한 이미지를 술에서 뿜어져나오게 하기 위해 그 이름을 지었을 것이나, 사실 춘(春)은 춘주(春酒)라 하여 중국에서 아주 좋은 술을 가리키는 글자이다.
한글로 ‘술’이라 함은 ‘알코올이 함유되어 마시면 취기를 느끼게 하는 모든 음료의 총칭’이다. 또 그 제조기법으로 정리하면 ‘곡류나 과일, 식물의 열매, 잎, 줄기, 뿌리 등을 발효시켜 뽑아낸 알코올 함유 액체’가 진정한 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자에서는 우리가 오늘날 흔히 사용하는 주(酒)만이 술의 총칭이 아니었다.
주(酒)는 발효시켜 1차로 걸러낸 술을 말하는 것이며, 주(酒)를 한번 더 덧술해 순후한 맛을 내개 한 술을 두(추후기재)라고 불렀다. 그리고 두(추후기재)를 한번 더 덧술해 맑고 그윽한 맛을 내개 한 술을 주(酎)라고 했던 것인데, 이 주(酎)를 고상한 표현으로 춘주(春酒)라 한 데서 춘(春)이 술의 특품을 가리키게 된 것이다.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 소동파의 시문집 <동파지림>(東波志林)에 의하면, 중국 당나라 때에 이화춘(梨花春), 토굴춘(土窟春), 석동춘(夕凍春) 등의 술이 유명해 웬만한 술에는 모두 춘(春)자를 붙이게 되었다고 하며, 여기에서 유래해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의 약산춘, 평양의 벽향춘, 여산의 호산춘 등 춘(春)자 붙은 술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 중에서 호산춘(壺山春)은 전라북도 여산(지금의 익산)에서 나오던 특주인데, 여산이 옛날에는 호산(壺山)으로 불렸기 때문에 ‘호산춘’이 된 것이다. 조선조 숙종 시대의 실학자 홍만선이 지은 <산림경제>는 호산춘의 주조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백미 한말 닷되를 가루내어 죽을 만들어 식힌 후, 누룩가루 두되와 밀가루 두되를 넣어서 항아리에 담아 우선 술밑을 빚는다. 13일이 지나서 백미 두말 닷되의 죽과 누룩가루를 넣어 잘 저어줌으로써 첫째 덧술을 한다. 그리고 13일이 지나서 다시 백미 다섯말의 밥 또는 백설기와 누룩가루 두되, 밀가루 한되로 두 번째 덧술을 한다. 이렇게 하면 두세달 동안 술맛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
호산춘은 17세기 말엽에 저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주방문>에도 소개돼 있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300년 이전부터 주조되어 특주로 이름을 날렸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호산춘은 민간에서 사사로이 술을 빚지 못하도록 엄히 단속했던 일제 하에서도 약간은 묵인됐으나 근래에 그 명맥이 끊겼었다.
익산 출신으로 국문학자이자 시조시인인 가람 이병기 선생도 즐겨 마셨다고 하는 명주 호산춘이 새로이 탄생했다. 화곡주가(063-838-1300)에서 옛날의 세 차례 덧술법을 고집하며, 여기에 효모와 기능성 보강 차원에서 능금나무과에 속하는 산사(山査) 열매와 오미자, 당귀 등의 약재를 넣어 단맛, 쓴맛, 신맛이 어우러지는 21세기판 ‘호산춘’을 개발한 것이니, 술꾼을 위해서나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면에서나 참으로 호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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