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크레이지 파티’란 정당이 등장했다. 거칠게 해석하면 ‘미친(열광적인) 정당’쯤 될 것이다. ‘미친 듯이 토론하고 미친 듯이 혁신하는 당’을 내세운 정당이었다. ‘크레이지 파티’ 홈페이지에서는 입법이 필요한 사안,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이슈를 누구나 제안할 수 있었다. 그 사안에 관심 있는 국회의원을 통해 법안 발의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이 원하는 사안을 정치권에서 빠르게 해결하도록 연결해주는 온라인 공간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여야 온라인 정당 왜 ‘폭망’했을까</font></font>
<font color="#C21A1A">‘크레이지 파티’</font>는 새누리당이 출범시킨 ‘모바일 정당’이다. 온라인·모바일 정당은 야당이 오랫동안 주장한 것인데 새누리당이 기습적으로 선점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모바일 정당을 구현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당의 공식 기구로 인정하는 내용을 당헌·당규에 집어넣기까지 했다. 온라인 소통을 강화해 시민을 정책 결정의 주체로 참여시키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한발 늦은 대신 진화한 형태로 맞불을 놓았다. 더민주는 2015년 2월 온라인 소통 공간 <font color="#C21A1A">‘나정치닷컴’</font>을 열었다. 경연 방식의 재미 요소를 덧붙인 게 ‘크레이지 파티’와 다른 점이었다. 의원 2명이 특정 문제의 해결책을 놓고 ‘토론 경연’을 진행하면, 네티즌은 그 영상을 본 뒤 더 좋은 해결책을 냈다고 판단한 의원에게 지지 투표를 한다. 경연에서 이긴 의원은 자신이 주장한 법안을 소속 의원 전체가 결의한 ‘당론’으로 발의한다.
‘나정치닷컴’에선 시민들의 정책 아이디어도 공모했다. 예를 들어 한 의원이 보육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보내달라고 영상으로 제안하면, 시민들이 영상 밑에 댓글로 아이디어를 모아주는 방식이다. 정책적 해결 방안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법안 토론 배틀’ 형식을 가미한 ‘나정치닷컴’은 유명 학원 강사 출신 이범씨가 기획했다. 그는 더민주의 정책연구소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으로 영입된 뒤 의원들을 ‘나정치닷컴’ 공간으로 불러내 시민과 만나게 했다.
그런데 두 당이 띄운 모바일 정당의 존재를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이들 온라인 공간은 요즘 인터넷 용어로 ‘폭망’(폭삭 망하다)에 가까운 지경이다. ‘크레이지 파티’ ‘나정치닷컴’ 등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크레이지 파티’는 출범 뒤 1년간 그럭저럭 운영되나 싶더니 2015년 5월부터 휴업 상태다. 미친 듯이 토론하자던 공간에는 정적이 감돈다. 이제 누구도 이곳에 토론 이슈를 올리지 않는다. 새누리당도 이슈를 던져 시민을 끌어들이려 하지 않는다. 발길이 끊겨 잡초만 무성한 숲길처럼 인적이 뜸한 사이트가 되어버렸다.
‘나정치닷컴’은 더 심각하다. 2015년 2월3일 개설 당시 법안 토론 배틀 영상 2개, 정책 아이디어 공모 영상 2개가 공개됐는데 이후 추가된 것이 없다. 개업하자마자 폐업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당시 최민희·홍종학 의원의 법안 토론 배틀에 2213명이 투표할 만큼 관심이 적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문재인 전 대표 시절엔 대표 사퇴 여부를 둘러싼 갈등에 당력을 소비했고, 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체제는 온라인을 활용해 시민을 주체로 끌어들이는 일에 별 관심이 없다. 더민주의 이범 부원장은 “당이 말로만 온라인 소통의 중요성을 얘기한다”며 아쉬워했다.
두 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사퇴로 어수선한 국민의당은 시민을 정치에 적극 참여시키는 노력에 힘쓸 겨를조차 없어 보인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GMO 완전표시제법 통과가 목표</font></font>
왜 이럴까. 정치권의 온라인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정당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온라인이 시민의 의견을 모아 정치에 반영하는 데 유용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정치는 위(정당)에서 아래(시민)로 흘러가는 ‘수직형’이란 인식도 여전하다. 시민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자유롭게 흘러 들어가는 ‘리퀴드 데모크라시’(Liquid Democracy·흐르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은 멀게만 느껴진다.
기존 정당이 잘하지 못한다면, 그런 정치권 모습이 답답해 죽겠다면, 우리가 직접 나서보는 건 어떨까. 그래서 은 아예 온라인 정당을 만들어보자는 발칙한 제안을 하려는 것이다.
은 다수의 시민이 원하는 법안을 국회로 들여보내고 그 법안이 어떻게 심사되는지 추적하는 <font color="#C21A1A">‘바글시민 와글입법’</font> 프로젝트를 지난 6월부터 가동했다. 그 첫 활동으로, 6월7일부터 20일간 시민이 원하는 법안을 뽑는 투표를 진행했다. 1만여 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법’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제 이 문제에 관심 있는 국회의원을 통해 법안을 발의하고, 시민과 함께 통과 여부를 지켜보는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font size="4"><i><font color="#991900">이 당은 ‘GMO 완전표시제법’이 통과되는 순간, 다시 말해 목표가 완성되는 순간 흩어지는 프로젝트 정당이다. 단일 이슈 해결을 목적으로 ‘온라인 프로젝트 정당’이 출범한 사례는 없었다. ‘세상에 없던 정당’을 시민들이 만들어보는 것이다.</font></i></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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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두 번째 제안을 건넨다. ‘GMO 완전표시제법’ 통과를 위해 시민들의 힘을 모아내는 ‘온라인 프로젝트 정당’을 만들어보는 실험이다. 시민 입법 프로젝트에 공감하는 사람 누구나 당원으로 가입해 온라인 공간에서 의견을 얘기하고 정보를 나누는 정당이다.
“우리를 진지하게 대하라, 우리한테 물어라, 우리를 참여시켜라.” 이런 요구를 정치권에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원이 될 수 있다. 이 당은 ‘GMO 완전표시제법’이 통과되는 순간, 다시 말해 목표가 완성되는 순간 흩어지는 프로젝트 정당이다. 단일 이슈(법안) 해결을 목적으로 ‘온라인 프로젝트 정당’이 출범한 사례는 없었다. ‘세상에 없던 정당’을 시민들이 만들어보는 것이다.
물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등록하는 정당은 아니다. 시민의 선택으로 당 이름을 짓고, 그 당의 이름으로 GMO 완전표시제법 통과 활동에 나선다. 선관위는 “시민이 입법화를 위해 당 이름을 지어 활동하는 건 문제없다”고 밝혔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당원 상상력으로 정치 활동 무궁무진 </font></font>우선 당의 이름이 필요하다. 은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빠흐띠’(온라인 광장을 만드는 개발자 협동조합)와 함께 정당 이름 후보를 추렸다(하단 박스 참조). ‘시민 법안’을 결정할 때처럼 정당 이름도 시민의 투표로 정한다.
후보는 4개다. ‘박멸 GMO’란 선명한 목표를 내건 ‘박쥐당’, 식품에 GMO가 들어갔는지 알아야겠다고 요구하는 ‘나는 알아야겠당’, 온 우주가 도와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우리가 주인”임을 선포하고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자는 ‘우주당’, GMO 완전표시제를 통해 건강한 사회를 꿈꾸는 ‘건강하당’이 후보들이다. 투표는 7월4일부터 15일까지 ‘바글시민 와글입법 프로젝트’ 페이지( <font color="#C21A1A">up.parti.xyz</font>)에서 진행된다. 후보 이름이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새 이름을 추가 제안할 수 있다.
후보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 당은 근엄함을 거부한다. 유쾌한 당을 지향한다. 이름과 전자우편 주소 입력 등 간단한 절차만으로 당원이 될 수 있다. 당원은 GMO 완전표시제법 통과를 위한 방향·전략을 온라인 공간에서 함께 논의하며, 투표를 통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온라인 정당에서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정부기관과 이해단체들에 대한 정보를 서로 나누고 이들을 압박하는 단체행동을 모의하거나, GMO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전문가를 초청해 온라인 대담을 진행하는 일 등 당원들의 상상력을 통해 여러 정치활동을 벌일 수 있다.
누군가 제안해 다수의 공감을 얻는다면 오프라인 캠페인 활동도 가능할 것이다. 법안 발의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거나, GMO 완전표시제 법안이 국회에서 어떻게 논의되는지 감시하는 현장 취재에 동참할 수도 있다.
온라인 기반 정당 활동은 국제적으로도 최신의 정치 행위다. 2006년 1월1일 스웨덴에서 처음 창당된 ‘해적당’은 온라인 의사결정 방식을 택했다. 스웨덴 해적당은 2009년 유럽의회에 의원을 처음 진출시켰고, 독일 해적당은 2011년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8.9% 득표율로 15명의 주의회 의원을 배출했다. 최근 외신들은 자국 의회 의석(63석) 가운데 3석을 차지한 아이슬란드 해적당이 올가을 총선에서 제1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창당 2년 된 스페인 신생 좌파 정당 ‘포데모스’는 당의 주요 5대 목표(공교육·공공의료 개선, 주거권 보장 등)를 온라인에서 시민의 의견을 모아 정하는 등 온라인 소통에 기반한 정당이다. 지난 6월26일 스페인 총선에서 21.1% 득표율로 제3당을 유지했다.
아르헨티나의 피아 만치니는 자신이 만든 온라인 의사결정 플랫폼 ‘데모크라시 OS’를 기존 정당이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거부당하자 아예 온라인 정당 ‘넷파티’를 만들었다. ‘데모크라시 OS’는 시민이 정책을 논의하고, 투표로 의사결정하는 온라인 민주주의 광장이다. ‘넷파티’는 ‘데모크라시 OS’ 플랫폼의 확산 활동에 나서고 있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데모크라시 OS’ 플랫폼을 활용해 시민들의 논의와 표결을 거쳐 법안과 정책을 결정한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온라인 기반 정당 활동은 국제적 추세 </font></font>이 제안하는 온라인 프로젝트 정당은 GMO 완전표시제법 통과를 목표로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이 프로젝트 정당 활동을 통해 정치에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험을 공유하자는 데 있다. “우리가 위임한 권한과 국민의 이름을 이용해 허튼짓 하지 마라”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보자는 것이다.
박쥐당은 ‘박멸, 쥐엠오당’이란 뜻입니다. GMO 식품을 완전히 근절, 박멸하자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박쥐는 날 수 있도록 진화한 유일한 포유동물입니다. 포유동물은 날 수 없다고 누가 결정했습니까. 박쥐는 이를 거부합니다. 우리가 우리 뜻대로 법률을 만들 수 없다고 누가 결정했습니까. 박쥐당은 이를 거부합니다.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어 세상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박쥐처럼, 우리 모두 배트맨이 되어서 GMO 완전표시제법을 만들어봅시다.
저는 ‘나는 알아야겠당’을 당명으로 추천합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GMO가 들어갔는지 알고 싶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알아야 하는지 정해주는 법이 많습니다. 그 법들에 “나는 알아야겠다”고 이야기하려 합니다. “너희는 몰라도 괜찮다”고 정해주는 법에, “나는 알아야겠다”고 당당히 이야기를 시작합시다.
제가 제안하는 이름은 우주당입니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박근혜 대통령이 초등학생에게 한 말입니다. 아니죠. 우주의 기운만을 기다려선 안 됩니다. 간절히 원한다면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합니다. 우리가 이 사회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힘으로, 우리가 원하는 법을 만들어보자고요. 우주당, 우리가 주인이다.
제가 점심을 먹는데,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뭘 먹는지 알지 못하는데 맛있게 먹고 건강해질 수 없는 일 아닌가요. 마트에서 식품을 사도, 건강해지는 첫 지름길은 내가 무엇을 먹는지부터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해지고 싶은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건강하당’ 찍어주세요.
<font color="#00847C">투표 기간</font> 7월4~17일
<font color="#00847C">투표 참여 페이지</font> 바글시민 와글입법 프로젝트 페이지( <font color="#C21A1A">up.parti.xyz</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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