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가게를 한다면 절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프랜차이즈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지면 본사의 강제출고(밀어내기)를 맞추기(해결하기) 위해 빚까지 내야 한다. 내 매장 옆에 또 다른 가맹점을 내주는 경우도 있어서 서민에게 너무 리스크가 크다.”(토니모리 점주 김아무개씨)
손에 익자 손 털라는 본사
휴대전화에서 들리는 김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김씨는 2010년 전남 여수에서 화장품을 파는 토니모리 매장을 열었다. 처음 하는 가맹점 장사였다. 장사가 손에 익을 무렵인 2012년 6월, 김씨는 본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매장 고객의 불만을 토대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였다. 김씨는 “억울하다”고 주장했지만 본사는 2012년 10월 김씨 매장에서 100m(직선거리 기준) 떨어진 곳에 새 가맹점을 냈다. 수요가 빤한 작은 도시의 영업권을 나누게 된 김씨 매장의 매출액은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토니모리는 김씨에게 가맹계약해지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김씨는 결국 2년여의 긴 법정 공방에 들어갔다. 김씨는 “그렇게 오래갈지 몰랐고, 당시엔 빨리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를 도운 것은 소송구조제도였다. 소송구조는 경제적 약자가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국가가 비용을 대서 도와주는 제도다. 소송구조를 통해 김씨는 김도준 변호사를 만나 2년여 동안 함께 싸웠다. 김씨는 “기업과 개인이 싸우면서 누가 바로잡자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힘들었는데, 김도준 변호사가 ‘국선’인데도 열심히 도와줬다”고 말했다.
법원은 연달아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2013년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재판장 고영구)는 본사의 가맹계약 해지 확인 등을 기각하고, 본사가 새로운 가맹점을 내 김씨의 영업지역을 침해한 것에 대해 김씨에게 일부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물량을 보내는 사건으로 촉발된 ‘갑의 횡포’가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 나온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도 2013년 8월 토니모리 본사를 찾아 가맹점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토니모리는 국회의원들에겐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해놓고선 김씨와의 소송을 끝내지 않았다.
이어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재판장 배광국)는 2014년 5월 본사의 일방적 가맹계약 해지는 부당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뒤 1심에서 인정했던 손해배상금을 800만원에서 6155만원으로 올려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놨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의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올해 9월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가 김씨의 승리를 확정했다.
2심에서 폭넓게 인정된 영업 손실
김도준 변호사는 “가맹점 본사가 가맹점 주변에 새로운 매장을 내는 ‘보복출점’을 할 때 그동안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받기가 힘들었다. 법원이 가맹점 영업지역 침해와 매출 하락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었는데, 2심에서 그나마 많이 인정돼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씨는 내년 4월 가맹점 계약 갱신을 앞두고 있다. 주변에 있던 토니모리 매장도 아직 철수하지 않았다. 김씨는 “대법원까지 가는 동안 정나미가 다 떨어졌지만, 몇 년을 이렇게 버텼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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