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 구속은 인권을 가장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 행위 가운데 하나다. 형사소송법에서도 개인의 인권 옹호와 가장 대척점에 있는 제도를 인신 구속 제도로 본다. 이 때문에 형사사건에서 인신 구속을 위해서는 ‘적법 절차 원칙’ ‘무죄 추정의 원칙’을 근거로 엄격한 영장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보건법을 통해 인신을 구속해온 과정은 믿기 어려울 만큼 손쉽다.
2010년 11월13일 김순미(가명)씨 2층 집에 정신병원 직원 4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김씨 남편을 통해 현관문을 연 뒤, 신발을 신은 채 집으로 들어왔다. 병원 직원들은 김씨의 팔과 다리를 붙들고 거실에서 김씨를 끌어냈다. 김씨는 좁은 2층 계단을 통해 끌려 내려온 뒤 강제 입원당했다. 평소 알코올중독 증세가 있었지만, 정신과 전문의 면담이나 상담 절차도 없이 강제로 정신병원에 수용됐다. 이날 오전 정신병원에서 김씨 남편이 병원 입원 동의서에 서명했고, 이튿날 김씨 아들이 서명한 게 필요한 절차의 전부였다.
박아무개씨의 경우는 더 황당하다. 그는 2013년 11월4일 두 자녀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진단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박씨는 “갱년기 우울증을 앓았을 뿐인데, 강제 입원이 됐다”며 법원에 구제 신청을 했다. 이어 박씨는 자신의 강제 입원에 근거가 됐던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 등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정신보건법이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보호 의무자가 1명인 경우 1명만 동의)가 있고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하여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 등을 시킬 수 있다”(제24조 1항 등)고 느슨한 법규정을 뒀기 때문이다.
법조계가 “정신질환자의 보건을 위해 제정된 정신보건법이 오히려 이들을 잠재적 위험인물로 보고, 신체를 억압하는 데 초점을 맞춰 애초부터 잘못된 조항”이라고 지적해온 대목이다. 정신보건 통계 현황을 보면, 2013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환자 수가 8만462명이었다. 이 가운데 김씨나 박씨처럼, 본인 의사에 반하는 정신병원 강제 입원이 5만9186명(73.5%)에 이른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29일 “(정신보건법이)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진단만 있으면 정신질환자를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6개월까지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킬 수 있다. 입원의 필요성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담보할 장치를 두지 않고, 보호입원 대상자의 의사 확인이나 부당한 강제 입원에 대한 불복 제도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아니하여 보호입원 대상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며 해당 법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김진 가족 2명과 의사 판단으로 입원할 수 있는 호모 사케르,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조금씩 나아감
류민희 때맞춰 해묵은 의제에 대한 입법과 사회적 논의에도 물꼬를 트다
한상희 이제 공은 국회로, 정신질환자 보호와 복지를 향해 한 걸음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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