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을 인터넷 ‘댓글 알바’ 수준으로 추락하게 만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각급 법원의 판결은 ‘롤러코스터’를 연상시켰다. 원 전 원장이 불구속 기소 → 1심 집행유예 → 2심 법정 구속 → 대법원 파기환송 → 보석을 거치며 구속과 석방을 반복하는 동안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는 8월30일 “국정원의 사이버 여론 조작 활동은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며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 그를 둘러싼 기나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재판부는 2012년 대선 때 각당 후보들이 출마 선언을 한 뒤 국정원 직원들이 쓴 인터넷 글이 일관되게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은 반대한 것에 주목했다. 원 전 원장이 “야당이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고 말하는 등 전 부서장 회의에서 선거 관련 발언을 반복한 것도 대선 개입의 중요한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2015년 7월16일 대법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에 유죄를 선고한 2심을 파기환송하면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국정원 직원의 전자우편 첨부파일(425지논·시큐리티 파일)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작성자가 법정에서 작성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만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따른 것이다. 대신 사이버 여론 조작 활동으로 볼 수 있는 트위터 계정을 1심(175개)보다 많은 391개까지 인정했다. 대법원의 ‘몽니’와 충돌하지 않는 묘수를 찾아낸 것이다.
재판부는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은 원 전 원장의 태도에도 일침을 놨다. 검찰의 구형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앞서 원 전 원장을 법정 구속한 2심보다 더 무거운 형량(징역 3년→4년)을 선고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심사위원 20자평
오지원 국정원의 불법적 선거 개입 처벌 환영, 그러나 원세훈의 윗선은?
이석배 대법원이 그냥 확정할걸 하고 후회했을 판결. 새 증거가 나올 줄은 몰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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