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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가능성과 전격성 사이

철도노조 ‘수서발 KTX 민영화 반대’ 파업 무죄…

대법원 “파업 예측할 수 있었다”
등록 2017-12-23 12:27 수정 2020-05-03 04:28

은 매해 말 그해의 주목해봐야 할 ‘올해의 판결’을 선정해 기본권과 인권을 용기 있게 옹호하는 판결을 내린 판사(재판관)들을 응원하고, 그 반대편에 선 판결들을 경고·비판해왔다. 2008년 시작된 ‘올해의 판결’은 올해로 벌써 10회째를 맞았다. 그동안 ‘올해의 판결’이 축적해온 기록은 한국 사법정의의 현재를 가늠하는 흔들림 없는 지표로 자리잡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지난 2월3일 ‘수서발 고속철도(KTX) 민영화 반대’를 요구하며 2013년 말 23일 동안 파업을 벌인 철도노조 간부 4명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코레일은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이 추진될 경우 철도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2016년 1월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판결문의 핵심은 사용자가 파업을 ‘예측을 할 수 있었다’는 구절이다. 왜 그럴까.

예측가능성의 반대말은 ‘전격성’(電擊性)이다. 전격성이란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음을 뜻하는 용어다. 전격성 판단은 노동자 파업권의 대척점에 서 있는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를 사실상 규정해왔다.

대법원은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에는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기본적으로 업무방해로 보되, 주체·목적·수단·절차·방법이 정당할 때는 처벌하지 않았던 이전 판례 대신 ‘전격성’ 개념을 도입해 단체행동권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예측가능성’ 판단은 일관되지 않았다. 2014년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코레일이 철도노조가 부당한 목적을 위해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을 강행할 것을 예측하기 어려웠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예고된 파업이라도 목적이 부당한 파업이라면 실제로 예상하기 어렵다”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들이댔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심사위원 20자평


김태욱 여러 면에서 파업권을 신장한 판결. 하지만 한 걸음만 더 나아가자!
오지원 무죄보다 인상적인 검찰의 항소 포기, 확대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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