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의 세 번째 월드컵은 그렇게 끝났다.
이청용의 첫 번째 월드컵은 이렇게 시작됐다.
혼을 빼는 상대의 공격에 넋을 잃은 후배들을 향해 그가 포효했다.
초롱이 이영표가 그렇게 사자후를 토하는 모습을 전에도 보았던 적이 있던가.
그러나 그것은 후배를 질책하는 것도, 누구를 향한 것도 아니었다.
오직 자신을 향한 집중, 아니 모두를 위한 사자후.
우리편 끝에서 상대편 끝까지, 달려가고 넘어지고 일어서고.
그라운드 어디에도 이영표가 있었다.
놀라워 다시 찾아본 그의 나이는 33살.
극동에서 시작해 유럽을 돌아서 이제는 중동으로,
지구를 돌아서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는
1977년생 이영표의 축구여행은 남아공에서 다시 불꽃을 피웠다.
대표팀 후배들은 당황해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하면 “영표형”을 부른다고 한다.
이제 한국인은 절체절명 골이 필요한 순간에 경기장을 향해서 “청용아”를 외친다.
이영표가 떠난 잉글랜드의 그라운드에 이청용이 들어섰다.
1988년생, 22살의 한국인 청년은 강한 다리로 한 골, 영리한 머리로 한 골,
월드컵의 그라운드에 선명하게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이청용은 누구의 태클도 무서워하지 않고, 누구의 돌파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무엇에도 굴하지 않는 세대의 대표, 이영표.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세대의 대표, 이청용.
이영표의 2002 월드컵 16강을, 4강을 세계는 이변이라 불렀다.
이청용의 2014 월드컵 16강 너머를 더 이상 세상은 이변이라고만 부르진 않을 것이다.
그곳에도 비가 내렸고, 여기에도 비가 내렸다.
33살 영표형과 22살 청용이도 빗물 속에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패배라 부르지 않는다.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이영표의 역사와 이청용의 미래가 있다.
이렇게 다음 월드컵이 기다려진 경우가 있었던가.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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