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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가는 열광, 월드컵

유럽 클럽축구의 성장과 월드컵 위기론 그리고 시들해진 한국의 축구 국가주의
등록 2010-07-02 16:22 수정 2020-05-03 04:26
2010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인터밀란에 이탈리아 선수를 찾기는 힘들었다. ‘축구 세계화’의 결과다. 인터밀란의 아르헨티나 국적 선수 디에고 밀리토. REUTERS/ STEFANO RELLANDINI

2010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인터밀란에 이탈리아 선수를 찾기는 힘들었다. ‘축구 세계화’의 결과다. 인터밀란의 아르헨티나 국적 선수 디에고 밀리토. REUTERS/ STEFANO RELLANDINI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2006 독일 월드컵의 누적 시청자 수를 262억9천만여 명으로 추산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지켜본 누적 시청자 수는 45억 명이었다. 올림픽과 비교해도 월드컵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우리나라의 월드컵 인기도 극성스러운 수준이다. 2002년 월드컵 스페인전에는 500만 명이 거리응원에 나섰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전 당시 시청률은 74.7%를 기록했다.

<font color="#00847C">국가 벽 허문 클럽축구의 범세계적 인기</font>

하지만 월드컵의 화려한 성공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군데군데 균열의 조짐도 보인다. 2002년 4강까지 오르면서 전국민적인 열광까지 이르렀던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말하자면 ‘월드컵 위기론’이다. 배경에는 월드컵의 위상을 위협하며 부상하는 유럽 클럽축구의 인기가 있다. 축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월드컵 경기를 돌아보게 했던 우리나라 특유의 ‘축구 국가주의’도 시들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10년 뒤 한국에서 월드컵의 위상은 지금과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5월23일 스페인 마드리드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이 경기에서 인터밀란은 2-0으로 승리해 유럽 축구의 권좌에 올랐다. 이 팀이 속한 이탈리아 축구리그 ‘세리아A’의 수준 높은 경기력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정작 우승컵을 들어 올린 사람 가운데 이탈리아인은 찾기 힘들었다. 이날 두 골을 쓸어담아 영웅이 된 디에고 밀리토는 아르헨티나 선수였다. 주전 11명의 국적은 아르헨티나 4명, 브라질 3명, 루마니아 1명, 카메룬 1명, 마케도니아 1명, 네덜란드 1명이었다. 또 후반 정규 시간에 교체 투입된 2명의 선수는 세르비아인 스탄코비치와 가나인 문타리였다. 경기 마지막 추가 시간에 교체돼 간신히 이름을 걸친 마테라치가 유일한 이탈리아인이었다. 감독인 조제 모리뉴는 포르투갈 사람이었다. 선수단의 면면으로만 보자면, 인터밀란은 연고 도시인 밀란의 팀도 아니고, 이탈리아 팀도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남미 선수가 주축을 이루고 유럽과 아프리카 선수가 일부 참가한 국가연합팀’에 가깝다. 이날 결승전의 규모 역시 범세계적이었다. 이 경기는 전세계 2억8천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봤다.

인터밀란은 이미 국제화한 클럽축구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전세계의 축구 시장은 이미 국가의 벽을 넘어서 대륙을 넘나들고 있다. 유럽의 유명 리그에는 전세계에서 모여든 축구 천재들이 현지인을 밀어내고 활약하고 있다. 박지성과 이청용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등록 선수 3명 가운데 2명이 외국인이다. 유럽의 축구 전문 누리집인 ‘트랜스퍼마켓’을 보면, 프리미어리그에 등록된 567명 선수 가운데 외국인이 336명(64.6%)이다. 이들의 국적만 해도 69개다. 국적만 놓고 보면, 프리미어리그는 월드컵보다도 더 범세계적이다. 우리나라와 16강에서 맞붙은 나이지리아 국적의 축구 선수 11명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선수 6명, 그리스 선수 2명도 프리미어리그 현역 선수다. 우루과이 선수도 한 명 있다.

<font color="#C21A8D">극단적 수비, 재미없는 축구 득세</font>

프리미어리그를 중심으로 한 유럽 클럽축구는 우리나라 시장에도 이미 깊숙이 스며들었다.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다음 팬카페 회원 수는 5만8843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직접적 인연이 없는 영국 프로팀인 아스널의 다음 팬카페 회원 수도 1만5363명에 이른다. 반면 지난해 K리그에서 우승한 전북현대의 서포터 카페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싸이월드의 ‘울트라 크레이지 보이’(이ULTRAS CRAZY BOY)의 회원 수는 157명에 불과하다.

프리미어리그의 인기는 시청률에서도 드러난다. AGB닐슨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11~12월 프리미어리그 생방송 평균 시청률은 0.483%였다. 지난해 플레이오프를 제외한 K리그의 케이블 텔레비전 생방송 시청률은 0.247~0.355%였다.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주로 밤 9시~새벽 3시에 중계되는 점을 고려하면 인기도는 더 차이가 나는 셈이다. 지난해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상암구장을 방문해 서울 FC와 친선 경기를 했을 때, 관중은 마이클 오언이나 웨인 루니 같은 영국 선수들이 경기장 대형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환호했다. 정작 연고팀인 FC 서울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냉대’를 받아야 했다. 어느 팀이 홈팀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경기가 끝난 뒤 당시 FC 서울의 세뇰 귀네슈 감독은 “서울 홈구장이 꽉 차 있는 것을 처음 봤다”고 비꼰 뒤, “맨유가 아무리 세계적인 클럽이라 해도 한국 홈경기장에서는 홈팀을 응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세계로 영토를 확장한 클럽축구는 월드컵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클럽축구는 월드컵의 재미를 줄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 원인을 하나씩 살펴보자. 일단 나라별로 축구의 개성이 사라지고 있다. 자국의 테두리 안에 머물던 선수들이 국경을 넘어 대거 이동한 탓이 크다. 개별 국가에서 뿌리내렸던 축구의 개성은 이종교배를 거듭하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번 월드컵의 유력한 우승 후보인 브라질이 대표적인 예다. 화려한 개인기에 춤추는 듯한 공격축구를 브라질 대표팀에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카를루스 둥가 감독이 만들어낸 대표팀은 견고한 조직력과 보수적인 수비를 특징으로 한다. 재미없는 축구에 가깝다. 이는 브라질 대표팀 23명 가운데 20명이 현재 유럽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1980년대 초 브라질을 대표했던 공격수 소크라테스는 “브라질이 지금 같은 스타일로 6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더라도 나는 전혀 기쁘지 않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과거의 브라질을 좋아했다면 차라리 스페인과 일본 축구팀의 경기를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선수 개개인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패스워크는 대륙을 넘어 오히려 맥락 없이 번져나갔다.

나라별 실력 차이도 줄었다. 유럽 클럽축구에서 성장한 ‘변두리’ 국가의 선수들은 자국 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축구의 변방에 위치하던 국가들도 전통적인 강호들과 겁없이 맞서게 됐다. 이번 월드컵에서 뚜렷한 전력 차이로 한쪽에게 일방적인 경기가 벌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0-7의 점수 차가 난 북한-포르투갈 경기가 흔치 않은 예외였다. 북한은 세계 축구의 흐름과 담을 쌓은 국가다.

다른 ‘변방’들의 활약은 주목할 만하다. 첫 출전국인 뉴질랜드는 이탈리아와 비기는 등 3무의 성적을 거뒀다. 남아공은 전 대회 준우승국인 프랑스에 승리를 거뒀다. 축구 세계화의 장단에 착실하게 맞춰온 동북아시아의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6강에 진출한 점도 이같은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프리미어리그를 중심으로 한 유럽 클럽축구는 우리나라 시장에도 이미 깊숙이 스며들었다. 3월27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볼턴 경기가 열리는 영국 리복 스타디움에 이청용의 사진이 걸려 있다. REUTERS/ PHIL NOBLE

프리미어리그를 중심으로 한 유럽 클럽축구는 우리나라 시장에도 이미 깊숙이 스며들었다. 3월27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볼턴 경기가 열리는 영국 리복 스타디움에 이청용의 사진이 걸려 있다. REUTERS/ PHIL NOBLE

축구 전문지 의 이형석 편집위원은 “2002년 월드컵 이후 박지성과 이영표가 해외 무대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고, 잉글랜드 볼턴의 이청용과 프랑스 AS모나코의 박주영 등도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다”며 “큰 물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선수들이 유럽이나 남미 팀을 상대로도 위축되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1990년대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현 대표팀의 최대 강점”이라고 풀이했다.

축구 주변국의 성장은 축구 강호가 화려하게 개인기를 뽐낼 기회를 줄였다. 오히려 극단적인 수비축구가 등장해 ‘재미없는’ 축구가 득세했다. 수비에 집중한 축구로 유로2004 정상에 오른 그리스가 약팀에게 하나의 전형이 됐다. ‘11명의 수비수’를 두고 단 한 번의 역습으로 스페인을 이긴 스위스가 대표적인 예였다. 당연히 멋진 골 장면도 줄었다. 이번 월드컵 조별 예선 48경기에서 터진 골은 101골에 불과했다. 경기당 평균 2.1골이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2.3골, 2002년 한·일 월드컵 2.5골에도 못 미친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축구팬들의 하품 소리가 전 지구에 울려퍼질 만했다. 콜롬비아의 전설적인 선수 카를로스 발데라마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월드컵은 재앙이다. 많은 팀들이 너무 수비적이고 단조로운 전술로 나온다”고 비판했다.

<font color="#008ABD">경기당 평균 2.1골, 하품 나는 월드컵</font>

클럽축구가 성장하면서 축구 강국 대표팀의 수준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탈리아 축구협회 지안카를로 아베테 회장은 6월22일 〈AP통신〉을 통해 “유럽의 대형 클럽들은 수지맞는 방송중계권 계약으로 많은 돈을 챙기고도 젊은 선수들을 세계 수준으로 키우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아베테 회장의 말은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의 저조한 성적에 대한 변명의 성격도 강하지만, 클럽축구의 막대한 자본력에 밀린 각국 축구협회의 처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는 “클럽들이 각국 협회보다 힘이 세다.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축구협회의 8배나 되는 예산을 쓴다”고 덧붙였다. 유망주의 국적을 가리지 않는 클럽축구 때문에 자국의 ‘새싹’들이 자라날 여지가 적다는 말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의 트레버 브루킹 경도 지난 6월20일 영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잉글랜드에는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지만 이들이 국가대표로 성장할 만한 경험을 쌓을 기회는 많지 않다”고 클럽축구를 정조준했다.

클럽축구가 성장하면서 프로축구 선수들도 월드컵에 연연할 이유가 적게 됐다.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으로서 월드컵의 권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다.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프랑스 대표팀이 극단적인 예였다. 대표팀 공격수 아넬카는 감독과 마찰을 빚은 끝에 대회 기간 중에 대표팀을 떠났다. 다른 선수들도 감독진과 말다툼 끝에 훈련을 거부하는 지경까지 갔다. 영국과 이탈리아 대표팀도 대회 기간 중에 내분을 드러냈다. 영국은 간신히 16강에 진출했고,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최악의 성적으로 예선에서 탈락했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스포츠과학)는 “선수들은 클럽축구의 장에서 엄청난 몸값과 인기를 누리게 되면서, 자기 나라의 성적보다는 이해관계를 먼저 따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월드컵의 축구 수준을 두고도 말이 많다. 클럽축구에 견줘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보통 국가대표팀은 월드컵 시작 한두 달 전에 팀이 만들어지지만, 클럽팀은 시즌을 함께하면서 많은 경우 한 해 60경기 이상을 소화한다. 조직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축구만 놓고 보면, 클럽축구가 더 매력적이다. 월드컵은 또 국가 단위로 팀을 묶기 때문에 정작 본선에서 볼 수 없는 축구 스타도 많다. 지역 예선에서 탈락한 스웨덴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나 웨일스의 라이언 긱스는 월드컵 무대에서 보이지 않는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는 “월드컵의 경기력은 영국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그 등 유럽 3대 리그의 수준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클럽축구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이 가진 매력은 ‘국가대항전’이라는 성격에 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문학)는 “스포츠 가운데는 야구와 축구 정도가 집단적으로 응원을 하기에 적합하고, 월드컵 축구는 국가나 민족 단위에서 짧은 기간에 집약적으로 열광하기에 좋은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철학자 탁석산은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을 맞아 열광하는 대상은 축구도, 특정 선수도 아니고, 다름 아닌 국가”라며 “근대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가가 자랑스럽다고 생각할 기회가 적었는데, 축구를 보면서 그 욕망을 해소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한국 특유의 ‘국가주의’의 열기도 점차 식는 추세다. ‘태극전사’라는 표현은 흔히 전투적인 국가주의를 드러낼 때 애용되는 표현이었다. 이 말이 언론에서 쓰인 빈도를 살펴봤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검색 서비스를 보면, 지난 6월11일 개막을 전후한 20일 동안 우리나라 종합일간지에 이 표현을 쓴 기사는 404건이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같은 기간 499회 등장했다. 4년 전보다 약 20% 정도 줄어든 셈이다. 월드컵 관련 기사에서 이 표현이 등장하는 비율도 2006년 전체 3017건 가운데서 16.5%였지만, 올해는 전체 3416건 가운데 11.8%로 줄었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국문과)는 “축구 자체를 즐기는 문화는 폭넓어졌지만, 축구에 진하게 묻어 있던 애국주의는 옅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font color="#A341B1">기업 주도의 거리 응원에 피로감 느낀 축구팬들</font>

거리응원 인구도 크게 줄었다. 2006년 6월13일 밤 10시에 열린 월드컵 1차전인 토고와의 경기 당시 우리나라에는 전국 218만 명이 거리응원에 나선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지난 6월12일 저녁 8시30분에 열린 그리스전에서 거리응원에 나선 인구는 100만 명 수준이었다.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또 2006년 당시 새벽 4시에 열린 스위스전에서는 165만 명이 모였지만, 올해 새벽 3시30분에 열린 나이지리아전을 거리에서 본 인구는 46만 명이었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는 “2002년과 2006년에는 사람들이 축제를 벌이는 기쁨을 느꼈는데, 이제는 충분히 즐겼다는 정서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권혁범 대전대 교수(정치학)는 “2002년 월드컵 당시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응원에 나서는 경향이 컸지만, 2006년 이후 언론과 기업이 앞장서서 거리응원을 조직하면서 오히려 이에 대한 피로감과 거부감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월드컵 경기의 시청률도 예전 같지는 않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12일 그리스전의 시청률은 45.9%, 점유율은 60.6%였다.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시청률 47.8%, 점유율은 63.3%를 기록했다.

시청률은 TV 보유 가구 가운데 특정 채널을 보는 비율이고, 점유율은 TV를 켜놓은 가구 가운데 특정 채널을 시청한 비율이다. 2006년에는 모든 채널에서 월드컵 경기를 중계했기 때문에 올해 수치와 단순 비교하기 힘들지만, 올해 월드컵 경기의 점유율은 일반적인 예상보다도 낮았다. 특히 점유율을 보면, 시청자 10명 가운데 4명은 같은 시간대에 다른 프로그램을 봤다는 뜻이다. 그리스전이 열리던 시각 한국방송 2TV 드라마 는 전국 시청률 22.3%를 기록했다. 한 주 전 32.9%에서 10%포인트 정도만 빠졌다. 그리스전과 연이어 시간이 겹친 한국방송 9시 뉴스도 7.7%로, 일주일 전 11.1%에서 3.4%포인트 줄었다. 2002년과 2006년 거세게 몰아쳤던 월드컵 바람도 올해에는 완만해졌다는 방증이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월드컵의 상업주의가 점점 심화하고, 클럽축구의 발언권이 강해지면서 앞으로 월드컵은 과거의 월드컵과 다른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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