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12월 대선을 가까이서 취재했던, 그리고 얼마의 공백을 제외하곤 노무현을 줄곧 취재했던 기자의 눈에는 그렇습니다.
“역사에서 백성이 옳은 방향으로 가는 데 항상 수백 년이 걸립니다. 백성은 엉뚱한 데 가서 엉뚱한 데 힘 실어주고 봉사하고 이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한 번 와서 딱 뒤집어놓고 ‘내가 옳았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역사 속에서 구현되는 민심과 그 시기 국민의 감정적 이해관계에서 표출되는 민심을 다르게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2005년 8월 민심을 거슬러 대연정을 고집했던 이유에 대한 노무현의 답입니다. 그가 말한 백성은,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국민보다는 역사의 주체로서 민중이라는 개념에 더 가깝습니다. 크고 작은 싸움에서 때론 이기고 대부분은 지면서도 그가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백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 때문이었다고, 기자는 생각합니다. 그는 2000년 부산에서 네 번째 낙선한 직후에도 “농부가 밭을 탓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던 사람입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아무리 되뇌어도 그는 돌아오지 못합니다. 논쟁의 대상이면서 논쟁을 주도하기도 했던, 논쟁적 인물 노무현은 앞으로 오랜 시간 논쟁의 대상이 될 겁니다. 그가 몸을 던지기 전까지 놓지 못했던 화두,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싸웠던 벽, 그가 하려던 일, 그의 말과 행동 모두가 이제는 역사입니다. 역사는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어서 해석하는 이에 따라, 시대적 환경에 따라 노무현은 여러 모습으로 보일 겁니다.
지난 한 달, 기자는 행복했습니다. 노무현의 빈자리가 비어 있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1로 시작해 32로 끝나는 노무현, 100여 명의 노무현, 차마 글로 옮기지 못해 맘속에만 담아둔 노무현을 만났습니다. 얼마인지 몰라서, 숫자를 특정하지 못해서 그냥 ‘n개의 노무현’으로 표현했습니다.
농촌의 전형을 만들어 노무현의 철학을 땅에 심겠다는 김정호 비서관, 노무현의 원칙과 상식을 사표 삼아 기업을 운영하면서 날로 성장하고 있다는 중견기업 대표이사, 자식들에게 근현대사를 가르치고 노무현을 불의에 타협하지 않은 증거로 남기겠다는 김성화님,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꾼 ‘스승’의 뒤를 잇겠다는 이민재님, 국가 앞에 국민이 주인임을 보여주겠다는 김상훈님은, 이미 노무현입니다. 무한대에 가까운 ‘n개의 노무현’이, 노무현이 기록하지 못한 역사를 채워가기를 기대합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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